자전거 식구, 자전거 가족. 이렇게 두 개의 글이 있고, 세 번째 자전거 식구. 아이들은 자전거에 익숙하다. 좋아한다.하지만 봄이는 두발 자전거를 조금 늦게 배웠다.마을 앞 찻길은 짐승들한테도, 할매들한테도 위험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달리는 무쇠자동차 말고는 다 위험하다.새로 길을 넓히면서 인도를 만들었지만, 그래서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걸어다녀보지 않은 사람이 만든 인도. 하... 조금 위험한 찻길을 천천히 걸어서 벗어난 다음.나락 벤 들판에서 자전거를 탄다.막내는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다가, 엄마 자전거의 바구니 의자로 옮겨 탔다.자전거는 아무래도 걷는 쪽에 가깝다.자전거로 돌아다니고 있으면,그만큼 내가 사는 동네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여기까지 우리 동네! 아이들한테 자동차는 남의 발.이..
조금 일찍 일어난 날.조금 일찍 밥을 먹고, 옷을 입고,그런 날에는 집부터 학교까지 걸어간다.아이들 걸음으로 삼사십분쯤.한 시간 일찍 나서면 한 시간 동안 걷는다.시간이 여유로운만큼 조금씩 더 천천히, 돌아서 간다. 봄이는 일찍 학교갈 준비를 마쳤다 싶으면,슬쩍 물어본다.오늘 걸어가? 비오는 날이라면 더욱.좋아라 하는 것.장화 신고 비옷 입고 우산 들고.오늘은 집을 나서는 때에 비가 그쳤지만.입고 신고 한 것을 벗을 리는 없지.처음으로 공룡 비옷을 입은 강이도 비옷을 마음에 들어 한다.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은 다섯 가지쯤.대나무길, 염소길, 상신길...대나무길은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그만큼 봄이, 동동이도 좋아한다.강이도. - 백로다!- 백로가 나무 껍데기를 암! 물고 날아갔어.- 백로 사냥한다. = ..
금요일인가, 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겠답니다. 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집에서 엄마 아빠하고 같이 있겠다네요. 처음으로, 봄이 없이 동동이 혼자 유치원에 갔습니다. 누나가 유치원에서 자기를 잘 돌봐 주지는 않는다지만(동동이 말이 그래요.) 누나가 안 간다 하면 저도 늘 안 간다 했는데, 이번에는 누나가 집에 있어도 자기는 가겠답니다. 그렇게 동동이만 유치원에 가고, 봄이는 저 혼자 놉니다.봄이가 집에 있겠다고 하길래, 저와 아내는 이구동성으로다가 엄마 아빠는 바빠서 너랑 놀아주는 거 못한다. 이야기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뭐 물어봐도 대답도 잘 못해 줄거야. 그런 걸로 서운해 하거나 그러면 안 돼. 엄마 아빠 일 하는 거 방해해도 안 되고. 뭐 이런 다짐부터 받아 둡니다. 인형 하나를 포대..
겨우내 날이 가물었습니다. 경칩 지나서도 비가 오지 않아서 밭이며 논이며 땅이 메말랐는데, 그제부터 제법 비가 왔습니다.가물었던 것 다 괜찮아질 만큼. 그렇게 넉넉합니다.아이들 다니는 유치원이 조금 높은 곳에 있어요.악양에는 비가 왔는데, 오후에 아이들 데리러 가는데,중턱쯤 올라가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요. 학교에는 이미 눈이 제법 쌓여 있었습니다. 이맘 때 학교에 들어설라치면 아이들이 운동장에서자전거를 타거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뛰어 다니거나 하고,가방 매고 집에 걸어가는 아이와 인사를 주고 받기도 하는데,오늘은 조용했어요. 유치원 아이들은 하루종일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그래서,밖에 나가 놀지를 못 했답니다.선생님께서는 이런 날에는 현관 앞에 차를 대어도 괜찮다고 하십니다만,집까지 걸어다니는 것..
"왜, 시골로 내려왔어요?""뭐, 시골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아이가 생겼죠. 아이를 서울에서 낳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생각보다 일찍 내려오게 되었어요. 악양에서 봄이가 태어났지요."2008년 가을에 악양에 내려왔다. 내려와서 이런 대답을 백마흔네 번쯤 했다.2013년, 11월이 되면서 봄이는 자기 생일이 이번 달이라는 것을, 생일에 무얼 하고 싶다든가, 무얼 받고 싶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하루에 두 번쯤 한다. 봄이는 이제 여섯 살. 다섯 번째 생일. 생일이 월말께이니 '이번 달 생일' 놀이를 거의 한달 가득 할 수 있다. 봄이는 요즘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집에서 유치원까지 차로 25분쯤. 멀다. 나한테도 멀고, 봄이한테도 멀다. 길은 절반쯤 섬진강을 따라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