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제 막 에너지 전환을 위한 걸음마를 떼고 있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등대가 될 것이다.윤순진 |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장, 서울대 교수 상추쌈출판사를 꾸려가는 두 사람은, 2008년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으로 삶터를 옮긴 뒤, 세 아이를 낳고 기르며, 다섯 식구 먹고 몇 집 더 나눌 수 있을 만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 틈틈이 한 권 한 권 책 꼴을 가다듬어 왔습니다. 느릿한 걸음으로 한 발짝씩, 이제 여덟 번째 책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며칠 뒤, 한 부고 기사를 접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 온, 예순네 살 농민의 죽음. 평생을 바쳐 온 밭에서 기르던 양배추가 출하 금지된 날이었고, 따로 남긴 유서는 없었습니다. 언제 ..
상추쌈에서 낸 책 이야기입니다. 벌써 책이 나온 지 두 달이 되었어요.꿀벌과 시작한 열일곱.서울에서 도시 양봉을 하신다는 분께서 책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벌통 앞에 놓여진 책이 잘 어울렸어요. 아이들과 학교에 걸어가는 길 중간쯤에, 벌통을 하나 놓고 벌을 치는 집이 있어요.벌통 앞에 가만히 앉아서 꿀벌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걸 지켜봅니다. 귀여워요. 벌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이들도 벌통 앞에서 한참 봅니다. 이 책은 일본의 고등학생들 이야기예요.아주 시골이에요. 나가노 현입니다.일본에 있는 고등학교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답니다.해발 967m.일본도 시골의 농업 고등학교라는 것은,명문대학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입니다.입시 환경이라는 게 한국과 비슷해요.이 학교에 치하루라는 ..
한 해에 한 번쯤.봄이네 집에 들르는 손님이 있습니다.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송이 할머니라고 부르며 따릅니다. 가끔 오시는 손님이지만.오실 때마다 가방에 몇 가지 재료를 싸 오셔서는오코노미야끼, 가라아게, 스끼야끼, 링구아게... 잠깐 부엌을 스쳐 지나듯 하는 사이,맛난 일본 음식을 해 주십니다.송이 상이 한번 다녀가고 나면아내의 음식 가짓수가 하나둘 늘어나요. 그러니까, 저와 아내가 신혼여행으로오사카에 갔을 때, 묵었던 집이송이 상의 집이었어요.아내가 선생님의 책 담당 편집자였거든요.며칠 그 집에 머무르면서 선생님이 해 주신 밥.그것을 함께 먹은 기억.그게 가장 남아요.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까지.봄이네 부부가 몇 사람, 마음 깊이두는 선생님,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송이 상과 함께,오사카의 집밥 음..
나무에게 배운다저자니시오카 쓰네카즈 지음출판사상추쌈 | 2013-04-05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숲 속의 나무처럼 많던 장인들이 하나 둘 쓰러진 뒤, 단 한 사... 상추쌈 출판사의 두 번째 책.가 나왔습니다. 봄이네 살림 시작할 무렵이에요. 이 책을 제대로 알아보게 된 것은. 덕분이었습니다. 이 책의 한 장이 녹평선집에 실려 있거든요.1996년, 최성현 선생이 번역한 이라는 책이었어요.글을 읽고는 어렵게 헌 책을 구했습니다. 한장 한장, 봄이를 재우고 나서는, 서로 어디든 손에 잡히는 곳을 펼쳐서 소리내어 읽습니다.상량한 지 40년이 더 지난 삼칸 집. 두 평이 조금 넘는 작은 방에 깜깜한 저녁마다 책 읽는 소리가 납니다.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서아이를 낳고, 집을 고치고, 농사를 짓는. 그 때 저희..
작년에 봄이네가 하동읍에 곰국과 비빔밥.이라는 밥집을 열었지요.며칠 전 가게를 정리하고, 집기들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아직은 집 여기저기, 짐들이 조금 늘어져 있지만,곧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겠지요.2012년 봄에 시작되었던, 곰국과 비빔밥은조금 일찍 문을 닫게 되었지만...봄이네 가게를 어여삐 여겨 주시고, 응원해 주신 것 잊지 않겠어요. 고맙습니다. 그리고.지난 겨울 유자차도, 모과차도 담글 수 없었던 까닭이기도 했던,상추쌈 출판사의 첫 책이 나왔습니다.이 블로그에서 상추쌈 로고를 받았다고 적었던 것이2010년 봄이었습니다.로고를 받고 3년 만이네요.아마 첫 책의 원고를 받은 것은 그보다 일찍이었던 것 같습니다.그렇게 오래전에 원고를 받고 일을 시작한 첫 책은 건강에 관한 책입니다.제목은 시골에 내려와..
밭에는 시금치며 배추가 새파랗습니다. 작년 한해는 저 자신도, 또 저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 몇몇에게도, 쉽지 않은 해였지요. 어쨌거나 2011년은 지나갔고, 2012년 새해에도 저와 아내와 아이들은 이렇게 (오롯이 먹는 일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맛난 밥상 앞에서 난리 복대기를 치며 끼니를 잇습니다. 상에 오른 거의 모든 것이 봄이네 논과 밭에서 난 것인 (게다가 밥 때에 맞추어 갓 솎아낸 것들이 있는) 밥상은, 문 열고 동네 어귀를 돌아나갈 때 보이는 땅과 산자락들과 더불어 나날의 힘이 됩니다. 봄이는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놀랍게 잘 알아봅니다. 봄이의 절대 미각에 대해서는 몇 차례 연재를 하면 좋겠다 싶을 만큼이지요. 봄이네 뒤주에는 한해 먹을 곡식과 종자가 있고, 항아리에는 장과 김치와 모과차와 효..
입춘도 지나고 낼 모레면 대보름입니다. 대보름 지나면 날마다 동사에서 모여놀던 할매들도 슬슬 농사일 채비를 시작합니다. 겨우내 푸릇해야 했던 밀밭, 보리밭도 올해는 추운 날씨 덕분에 싹 나온 것은 다 얼고, 뿌리만 살아있지 싶습니다. 과연 저희 논에 뿌려놓은 밀들도 제대로 자랄까. 쫌 걱정입니다. 갑자기 시간이 생겨서 책읽기를 권하는 것은 아니고요. 마을 도서관 사람들과 간단한 이야기 중에 그림책 20권 목록을 뽑아보라는 말이 있어서 골랐어요. 골라놓고 보니, 목록만 고르지 말고, 방바닥에 배깔고 누워서 그림책 보고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잔뜩. 그림책 목록이야 네이년 검색 한번이면 전집 한질 분량이 쏟아지는 것이지만. 마지막 추위, 날 풀리기 전에 (읽기에 부담없는) 그림책 한 권 보시려거든...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