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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비가 오고, 날도 제법 쌀쌀했지요. 올해는 겨울 지나 여름 되기 전에
봄이 조금은 있는 건가 싶었어요, 파꽃도 피려다가 다물고.
그래도 봄 날씨 같은가 했는데, 하룻밤새 날이 여름입니다.
마침 어제가 장날이라 달구 새끼를 사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닭장에 넣었던 병아리들은 이제 다 자라서 네 마리만 살고 있거든요.
잡아먹은 것은 아니고, 족제비이거나 삵이거나 아마
그런 녀석들이 배를 불렸겠지요. 닭장을 다시 손본 뒤로는
산짐승이 드나들지는 못 하는 것 같아요.
닭장에 있는 닭들도 덥기는 꽤 더운가 봅니다.
요즘은 언제나 모이나 풀을 뜯는 것보다 물 마시느라 정신이 없어요.
차 갖구 왔제? 이 큰 통에 담아 가야지.
날이 더버서 잘못하믄 죽어삐.
안 죽구로 하는 기 내 임무라.
병아리 열 마리를 샀습니다. 큰 종이 상자에 바람 구멍을 내어서 담아 주셨어요.
지난 장날에 여기서 병아리를 사던 한 아저씨는
'농협꺼는 너무 쬐깬해서 파이야. 이만치 기르는데 돈이 더 나가.'라며
병아리를 사 가셨습니다.
확실히 이 아저씨는 이제 곧 중병아리쯤 될 녀석들을 내다 팝니다.
저희가 농협(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다가 이만치 키울려면 그 사이에
몇 마리가 죽을 수도 있거든요. 에누리 해 주시는 것은 없지만,
두말 않고 고맙게 받아왔습니다.
큰 녀석들은 알을 낳을 때나 닭집 안에 들어가니까요.
일단 새로 사온 병아리들을 닭집 안에 넣어둡니다.
장닭이 한번 들어오더니 휘 둘러보고 나가고,
암탉 한 녀석은 들어와서는 몇 마리 쿡쿡 쥐어쪼고 나갑니다.
닭장 안으로 시원한 물이 쫄쫄 흐르게 해야지.
구상 중이기는 합니다만, 여름 지나기 전에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산짐승 걱정은 안 해도 될테니,
병아리들아, 얼른 자라서 벌름벌름 알을 낳도록 하여라.
복숭아도, 매실도 제법 알이 굵어집니다.
삐죽이 나오던 어린 잎도 금세 여름잎이 되어가구요.
작년에 심어 놓은 어린 산초나무도
잎이 다닥다닥 피어나는 게
이제 비바람이 와도 넘어질 걱정은 없겠어요.
아직 아무 것도 심지 않아서 빈 밭은
무언가 심어 놓은 자리보다 더 무성합니다.
한번 갈아엎어야 할 텐데,
사이사이 자운영 꽃은 가장 반가운 녀석입니다.
남들은 부러 거름한다고 심는데 말이죠.
엄나무 순이며, 두릅이며, 제피나무 순에 참나물에
여릿여릿한 이파리들이 밥상에 올라온게 엊그제인데요.
곧 여름이고,
매실도 따고, 밀밭 추수하고, 모내기도 하고.
한해 큰 농사일이 코앞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