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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 털고, 콩 털고
집집마다 그러고 있습니다.
며칠 비가 오니 마당 한 켠, 담벼락 한쪽으로
깻단 묶은 것이 비닐을 쓰고 서 있는 집도 많아요.
들깨는 많이 심지 않았어요.
그저 잎채소로 따먹고, 들깨죽 몇번 끓일 만큼입니다.
그래도 들깨 터는 날에는 어느 집에서 들깨를 털든
온 마을에 들깨 냄새가 가득합니다.
서리태 풋콩도 조금 해서는 밥에 놓아 먹고 있어요.
동동이는 날마다 콩 없는 밥과 콩 있는 밥을
번갈아 주문합니다.
작년에 담근 장도 갈랐어요.
맛이 잘 들었습니다.
몽쳐진 메주를 조물거리고 있으니
아이들이 한 손가락씩 푹 찍어 먹습니다.
항아리에 간장, 된장 자리를 잡고 앉혀 놓으니
뒤주에 곡식 쌓아놓은 기분이 나요.
유난히 뱀을 많이 본 가을이었어요.
집 앞에서도 살모사를 두 번이나 보았지요.
다른 곳에서도 보고.
꽃뱀, 누룩뱀…
예전에는 살모사가 집 가까이에 다니지는 않았다는데,
살모사는 봄이 그림대로 생겼으니까 잘 보아두시길.
갓 태어난 어린 새끼도 독이 있으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아침 먹기 전.
서고 앞, 봄이와 동동이.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사이,
이러고 나와서 놉니다.
가을 아침 볕입니다.
새벽 바람이 차가웠던 날, 아침.
손가락을 쫙 펴서 햇볕에 내밀면
볕이 온몸을 속속들이 지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가을 볕에는 그런 힘이 있어요.
감이 익어가는 이 무렵에,
아침 볕이 좋습니다.
아이들도, 볕 찾아서 자리를 폅니다.
옆집에도 뒷집에도, 마을 안담 어느 집에서나
다 들리게
"얘들아, 밥 먹어라" 하는 소리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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