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봄이네 가게

2011년 밀가루와 매실

haeum_se 2011. 7. 26. 16:06


* 첫번째 발송 예정일은 8월 1일 월요일입니다. 여하튼 무사히 밀가루를 빻았습니다.
* 뭐, 그 사이 얼마나 글을 올릴 지 모르겠습니다만, 잠시 동안 새 글이 있더라도 이 글 아래에 두겠습니다.
  효소(설탕발효액)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아래글을 보시길.
* 토종밀가루, 밀기울, 배쨈은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습니다.



백만 년만의 포스팅입니다.
간단한 첫줄 후에 콘디션 좋지 않으신 봄이를 다시 재우느라
30분 지나서 두번째 줄입니다.
봄이네 집의 두 남매는 잘 크고 있기는 합니다만,
지난주 들어서 동동이는 결국 병원에 다녀왔고,
며칠 후 봄이는 가뿐하게 39도를 찍어주셨습니다.
그렇다 해도 평소의 고민은 당최 앓는 일이 너무 없어서
면역력이 안 길러지는거 아니야, 하는 쪽이니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아래채를 마무리하는 일도 생각과 다르고,
첫 책을 준비하는 일도 마찬가지.
그러니, 뒤주에 재어 놓은 밀(아직은 빻지 않은)이 아니었다면
글 올리는 것이 더 미뤄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밀가루입니다.
재작년, 밀가루+블로그로 사람들과 첫 인연이 닿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손이며, 무릎팍, 팔꿈치 따위가 하얗게 되도록 
밀가루를 하나씩 봉투에 담고, 이름 붙이고, 다시 들여다 보고,
우체국에 져다 나르고.

세번째 밀 타작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무난한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가을에 벼를 베고, 밀씨를 뿌렸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싹이 나지 않는 겁니다. 토토로가 올 것 같지도 않고 -,.- 
한달쯤 이제나저제나 밀싹을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씨를 다시 뿌렸습니다.
한겨울에 뿌려서 얼마나 날까 걱정이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지요.
관에서 내는 자료에는 11월 중순까지가 한계다.
그런 설명이 있었는데, 그것도 훌쩍 넘겼을 때였습니다. 
덕분에 겨울 내내 남의 밀밭에는 한뼘씩 자란 밀순이
파랗게 덮여있었지만, 봄이네 밀밭은 거의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날이 조금 풀리고, 찬 기운이 누그러진다 싶을 때에야
밀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지요. 그 후로 자라는 것도 더디더디.
어쨌거나, 여하튼, 그러거나 말거나.
타작할 때가 되어서는 엔간한 여느 집 밀밭보다 
밀이 잘 되어서,
지나는 할배들 '여 밀이 좋네.' 한소리씩 듣게 되었습니다.

"

나락도 심구지 말라고 방송 해 쌓고 그러는디, 누가 그깟 밀, 보리 신경이나 쓰겄소. 벌써 지금쯤이면 종자를 어찌할 지 뭐할지 얘기가 있어야 하는데, 암말도 없소. 계약재배도 했던 사람이나 하게한다고 하고. 수매 안 해.
"

지난 겨울, 유난히 논을 갈아엎어서 감나무 심는 곳이 많았습니다.
소식을 들으니, 멀리 부안, 전주, 무안, 남원...
부쳐먹을 논이 없다고 하는 말이 나오는 동네마저 있답니다. 
논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물론 4대강 덕분에도 기름진 땅은 사라지고,
정부 시책은 논에 벼 말고 다른 작물 심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른 거 심으면 지원금도 주고요,
벼농사를 지원했던 사업은 없애버리는 것이 많습니다.
수매를 하는 벼 품종도 줄어들고, 겨울 작물인 보리는 이제 수매를 그만두었습니다.
논을 논으로 남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보리밥 좋아하시는 분들, 조만간 보리밥이 아주 귀한 밥이
될 겁니다. 

해마다 우리밀 생산량이 부쩍부쩍 늘어납니다.
앞으로도 정책적으로다가 더 늘린다고 합니다.
그것이 현실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논이 줄어들고, 할매 할배들 돌아가셔서 빈집 늘고,
논에다가 벼 심지 말라고 권하는 사회에서는
밀 생산량이 늘어나봤자 입니다.
물난리가 나서 물에 잠기는 것도 가난한 사람부터이고,
식량 난리가 나서 굶주리게 되는 것도 가난한 사람부터입니다.
뭐, 장 보러 가서 돈 쓰는 만큼
먹을 것 장만하기 어려운 것이야 이미 다들 겪고 있는 일이겠지요.
이야기가 이렇게 가면, 자연스런 흐름은 귀농 권유로
가야 되는데요. -,.- 
오늘 포스팅은 밀가루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니,
내려와서 밭 한 뙈기 농사를 지으면 반찬 걱정이 다 무슨 소리더냐 한다는
이야기는 좀 남겨두었다가 다시 적어보기로 하고요.






봄이네 논이 900평 조금 넘습니다.
한쪽이 더 크기는 한데, 두 도가리로 나누어져 있지요.
악양은 밀 농사를 많이 짓습니다. 
주로 금강밀을 심습니다만, 계약재배를 하지 않는 농가에서는 
'토종밀'이라고 하는 종자도 꽤 심습니다.
악양에서 금강밀은 '보리밀'이라고 부르지요.
흔히 우리밀로 구운 빵이라고 선전하는 것들이
금강밀입니다. 밀가루도 그렇구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우리밀은 대부분 금강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왼쪽이 토종밀, 오른쪽이 보리밀(금강밀)입니다.
토종밀이라고 하는 것의 정확한 종자명(관에서 붙인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루밀, 조경밀, 올밀, 남해밀, 탑동밀... 
밀 종자 이름 붙여 놓은 것만 몇십 가지는 되더군요.
이것저것 심어보고 싶기는 한데, 지금 구할 수 있는 것은
토종밀과 보리밀이라 한 도가리에는 토종밀을 심고,
다른 도가리에는 금강밀을 심었습니다.
빛깔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고, 맨 처음 봤을 때는
하나는 밀이고, 하나는 다른 곡식인줄 알았어요.
생긴 게 다른 만큼, 찰기도 다르고, 성격이 아주 달라서
저마다 제 영역이 분명합니다.

금강밀 - 제빵, 제과
토종밀 - 국수, 부침개, 수제비

일단 맛을 들이고 나면, 서로가 넘나들기 어렵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집니다. 맛의 차이는 그리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얼마나 쫄깃하고, 찰기가 있는가. 이것이 전혀 달라요.
수제비를 하면 토종밀은 쫀득하면서도 조밀하다면,
금강밀은 푸석하고 성근 느낌입니다. 반죽 뗄 때
뚝뚝 떨어지지요.
빵을 구우면 토종밀은 뭘하든 카스테라가 됩니다. ㅠ.ㅠ
무슨 빵이든 폭삭 주저앉고요. 잘 부풀지 않아요.
무반죽빵 같은 것을 구우면 술빵 비스무리하게 나옵니다.
동네에 빵 굽기를 좋아하는 이웃이 있는데요,
늘 금강밀로 빵을 굽다가, 처음 토종밀로 빵을 굽고는
이것은 '너무 오래 묵었거나 상한 밀'임에 틀림없다고 오해를 했다지요.
밀농사 두 해 동안에는 금강밀만 심었습니다.
당연히 빵 굽는 것이든, 칼국수든, 수제비든
모든 밀가루 음식을 금강밀로만 했고,
늘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토종밀을 제대로 맛보기 시작한 후에
토종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금강밀과 토종밀을 나란히 심은 겁니다.


밀 타작을 하고, 말려서 재어놓은 지는 한참인데,
날씨와 이런저런 사정들로 
아직도 가루를 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날이 며칠 맑겠다는 소리만 들리면 
얼른 방앗간에 들고 가야지요.
양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쌀을 몇 집에 대어 먹게 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밀가루 또한 저희 것을 드시는 분이 
한 해 먹을 것을 드시면 좋겠습니다.
일년 치를 주문하셔서 보관하시기가 마땅치 않으시면
저희가 보관했다가 몇번에 나누어서 보내드립니다.
(물론 배송비를 더 내셔야 하겠습니다만. -,.- )


***
봄이네 유기농 밀가루.
포장은 1kg씩이고요, 1kg에 5,500원입니다.

토종밀 밀가루,
금강밀 밀가루,
밀쌀(백미처럼 깎은 것입니다. 잡곡밥용) - 밀쌀은 5,000원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토종밀은 국수, 부침개, 수제비 하기에 좋고
금강밀은 빵이나 과자를 굽기에 알맞습니다.
필요하신만큼 1년 동안에 나누어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제빵하시는 분 가운데 밀기울이 필요하신 분께는
2kg에 1,000원으로 보내드립니다.(따로 팔지는 않아요.)

* 밀기울은 통밀을 깎아낸 가루입니다. 현미를 깎아서 백미 하듯, 밀가루를 빻을 때는
통밀가루가 아닌 한 이렇게 일단 깎아내고 가루를 빻습니다. 빵이나 과자 반죽 하실 때에
10% 이내로 넣어서 합니다.




늘 그렇듯, 배송비는 건당 3,000원입니다.
한꺼번에 다 받지 않으실 때는
매달 초순에 한번씩 발송할 때에 필요한 만큼 나눠서 보내드립니다.
(보내드리는 횟수만큼 배송비가 더 듭니다.
석달마다 5kg, 넉달마다 10kg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맞춰서 보내드립니다.)

언제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사흘은 연짱으로다가 날이 좋다고 해야
밀가루를 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빻은 다음에 포장하고 발송하는 데는
이틀쯤 걸려요.
입금하시고 꽤 기다리셔야 한다는 이야기...

*이름 / 필요한 양 / 주소 / 전화번호
이렇게 알려주셔야 해요. 댓글로 남기셔도 되고, 메일로 보내셔도 됩니다.
haeumj@gmail.com

계좌번호는 
농협 833022-52-067381 전광진 입니다.
 


**
밀가루는 나누어서 보내드린다고 해도
그때그때 빻는 것은 아니구요. 한번에 다 빻아서
1kg씩 밀봉한 다음 서늘한 곳에 보관하다가 보내드립니다.
지난 두 해동안 그런 식으로 보관해서 잘 먹었어요.
유기농 우리밀가루는 1년 보관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저희도 좀 걱정했습니다만
지금도 작년 밀가루를 먹고 있으니 보관 문제는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두번째 이야기. 매실입니다.



"
옛날에는 읎었어. 매화나무가 어디 있어. 대가집에나 마당 가꾼다고 
꽃 볼라고 심었지. 매실은 먹을 것이라고 생각도 안 했어. 매화꽃도
어디 있는가 보다 했지. 본 적도 읎었다니.
살구야, 뒤팍에 한 그루씩 있는 집이 있었지. 애치하고 살구하고 그런거 먹었어.
살구는 노오랗게 익어서 떨어질라치믄 와그르르 떨어지잖아. 오래된 것은
나무가 한참 높으니까 올라가지는 못 해. 떨어진 거 줏어먹기도 바빠.
매실하고 살구하고 흐릴 일이 뭐 있니. 매화는 읎어. 읎는 데 뭐.
"

매실쨈을 졸이고, 장아찌를 담그겠다고 장만한 매실입니다.
방안에 식구들이 둘러앉아서 두어 다라이쯤 매실을 자르고 있으면
살살 달달하고, 새콤한 향이 집 안 구석구석 배여듭니다.
효소든 쨈이든 맛은 새콤한 것이 저절로 입맛 한번 다시고 시작.입니다만.
매실 냄새는 열매를 쪼개어 열 때에도 톡 쏘는 쪽이라기보다
얕게 퍼지는 쪽입니다.
봄이는 한번 집어먹겠다고 했다가는 먹을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방 안에서 매실 몇 알을 굴리고 놉니다.





올해 마련한 밭은 지목은 '답'이었으나,
매실이 심어져 있는 밭이었습니다. 
나무는 아직 어려서 매실을 따기로는 올해가 두번째.
집 가까이에 있는 땅이라, 매실은 뒷전이고
(나중에는 집에서 먹을 만치만 남기고  매실을 줄일 생각이에요.)
온갖 푸성귀와 열매 채소와 콩, 감자 따위를 가꿉니다.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난 사진들이니,
이제는, 쏟아지는 채소들을 먹어대기가
쫌 바쁩니다.
사실은 매실 이야기보다야,
유난스레 맛난 채소 이야기가 더 하고 싶지만,
뭐. 보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매실밭 한켠에는 닭장도 있습니다.
닭장 안에는 매실나무가 두 그루, 새로 심은 모과나무가 두 그루.

이 녀석들이 달걀을 낳기 시작하면
장에는 소금이나 생선 몇 미 따위를 살 때에나 나가게 되겠지요.




여름을 지나면서, 혹은 그 이후로도
다 자란 닭들이 하나씩 줄어들 것(!)에 대비하야
새로 받아온 병아리들이에요.
학교 앞 노란 병아리들 하고는 다르게
뭐든 잘 찾아먹는 녀석들입니다.
큰 놈들이 귀찮게 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알아서들 잘 먹고, 잘 놀고.




** 
매실 열매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몇 해 더 지나야 하고, 나무를 잘 가꾸어야 한다네요.
올해 매실 열매는 매실을 따기도 한참 전에
(저희가 값을 매기기도 전이었지요.)
필요하다 하셨던 몇 집에 보내드리고 나니
저희 먹을 것밖에 남지 않았어요.
대신 매실쨈과 매실효소와 매실장아찌를 담갔습니다.
(매실장아찌는 아무리 생각해도 쫌 이상한 이름입니다.
제 생각에는 '매실 설탕절임' 따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살구쨈도 졸였습니다.

http://haeumj.tistory.com/56

만드는 것은 뭐 다를 게 없습니다만,
올해 살구는 유난히 양이 적어서 작년에 졸인 것의 절반쯤밖에
졸이지 못했습니다.

매실쨈(220g)과 살구쨈(240g)은 한병에 9,000원입니다.
설탕값 오른 것을 셈하면, 쫌 더.라고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여튼 여기까지입니다.
설탕값이 이런 식으로만 올라준다면야
몇 해 안 가 쨈 졸이는 것은 그만둘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이든 먹고 싶은대로 '달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있이 사는 사람'의 유행이 되는 사태가 벌어질 때에는
쨈만한 호사품이 없을 테지요. 그때쯤에는
봄이네 쨈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모아다가
한여름에 같이 모여서 쨈을 졸이는
계를 하나 꾸려서 아껴먹고, 나눠먹고, 웃고 떠들면서 먹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지요.
그리고 새로 담근 장아찌와 효소는 항아리에서 숙성을 시켜야 하므로
지금 주문하시면 9월 말에 발송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밀가루 말고 주문하실 수 있는 것.


1. 가마솥에 졸인 유기농 매실쨈(220g)과 살구쨈
(240g) : 9,000원
2. 작년 가을에 졸인 배쨈(240g) : 9,000원
3. 올해 담근 매실 장아찌(설탕절임) : 500g에 18,000원
    올해 담근 매실 효소(설탕발효액) : 500ml에 20,000원
                                                    1.5L(플라스틱 포장-받아서 바로 옮기셔야 합니다.)에 45,000원
4. 이미 담가 둔 몇 가지 효소(설탕발효액-500ml)
    - 하동산 유기농 석류 효소 : 50,000원
    - 진달래 효소 : 40,000원

    - 도라지 효소 / 솔잎 효소 / 인동초꽃 효소 / 매실 효소 : 20,000원


*이름 / 필요한 양 / 주소 / 전화번호
이렇게 알려주셔야 해요. 댓글로 남기셔도 되고, 메일로 보내셔도 됩니다.
haeumj@gmail.com

계좌번호는 
농협 833022-52-067381 전광진 입니다.
 


백만 년만의 포스팅.
다들 궁금해 하시는 봄이와 동동이. 잘 크고 있어요.







동동이는 다른 누구보다 봄이하고 같이 놀 때
소리내어 잘 웃어요.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