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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며칠 날이 더웠던 덕분에
이삭이 패는가 싶었는데, 금새 밀알이 여물어 갑니다.
올해 악양의 밀농사는 형편이 썩 좋지 않습니다.
다른 밀밭 사진을 찍어볼까 하다가 맘 편히 카메라를 들이댈 사정이 아니어서
그만 두었어요.
봄이네 논은 '얼금이 논'에 가깝습니다.
작년에 다른 논들은 밀씨를 뿌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폭우가 쏟아져서 대개 하루이틀씩 꼬박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 때 씨가 다 녹아버려서 싹도 안 난 밀밭이 대부분이지요.
봄이네 논은 논 농사 짓기에는 좋지 않은 얼금이 논이지만,
그 덕에 폭우가 쏟아져도 금세 물이 빠진 덕분에 밀이 제대로 났습니다.
어쨌든, 밀을 다 빻아서 자루에 담아야 알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녀석이 금강밀입니다.
올해는 금강밀을 적게 심었습니다. 금강밀은 아무래도 빵 만들기에 적당한 것이라
찾는 분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지만,
(그러나, 한 사람이 쓰는 밀가루 양은 놀라울 만큼.
저희도 아이들 간식으로 빵을 구워대기 시작하니
밀가루 푸대를 쌓아놓고 먹어야 할 지경이더군요.
그래서 밀가루로 팔기에는 아무래도 금강밀이 좋더라는.)
우리밀.이라고 해서 심어 기르는 거의 대부분의 밀이 금강밀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저희가 심어 기르지 않아도 금강밀을 구할 수 있는 길은 많습니다.
물론,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것은 윗논에서 자란 것과
아랫논에서 자란 것이 맛이 다르다는 것이어서,
구례의 금강밀과 악양의 금강밀은 이것이 정녕 같은 금강밀이란 말이냐.
싶을 만큼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금강밀은 금강밀.
이 녀석이 토종밀.
이삭이 익어갈 즈음에는 태도 다르고, 빛깔도 다르고 그렇지만,
아직은 제 눈으로는 구별 못 하겠어요.
그저, 저 땅에는 금강밀을 심었고, 이 땅에는 토종밀을 심었으니,
그것으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토종밀이 금강밀보다 많이 날 겁니다. 그렇게 심었으니까요.
흔히 밥상에 올리는 것,
수제비, 칼국수, 부침개, 전, 튀김 따위를 하기에는 이쪽이 낫습니다.
쿠키를 굽기에도 좋구요.
올해는 거기에 하나를 더 준비할 계획입니다. 부디 이루어져야 할 텐데요.
국수.입니다. 봄이네 토종밀로 뽑은 국수. 아마도 중면 쯤이 되겠지요?
아직도 직접 국수를 뽑아 말리는 집이 몇 군데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수입 밀가루를 쓰고 있어서,
토종밀 국수를 잘 뽑아내 줄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남해에 있는 밀방앗간 하나는 지금도 토종밀로 국수를 뽑고 있다는
말까지 들었는데, 밀이 익기 전에 자세히 알아 볼 계획입니다.
그러니,
혹시 직접 (맛있는) 국수를 뽑아 말리는 국수집을 아시면
제보 부탁드리겠습니다.
토종밀로 국수를 뽑고 있다거나, 혹은 그렇게 했던 경험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