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새로 구들을 놓았다.새 구들에서 두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다.마루에 아궁이가 있다.오랫만에 찾아온 이가 마루에 아궁이 있는 것을 보고'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주 오래 전에,그러니까 움집 같은 것에서 불 하나 피우고 살 때에,그 때 불이라는 건, 그것 하나로먹을 것을 익히고,주위를 밝히고,집을 따뜻하게 데워서목숨을 잇게 하는 것이었다고.그리고 또 하나 아주 중요한 게 있었는데,둘러 앉아서 불을 그저 바라보는 것.불을 보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들이 지금은 부엌에 까스불이 되고,집 안 조명이 되고,또 방바닥 보일러가 되었는데.마지막 것,멍하니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텔레비전이 대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삼 칸 집.방이 두 칸. 부엌 한 칸.방 하나는 보일러.하나는 구..
"얘들아, 산에 가자.", "뭐할려구? 나뭇가지 줍게?" 아이들과 겨울산에 가는 건, 거름으로 쓸 부엽토를 긁어 오거나, 그게 아니면 땔감으로 쓸 잔가지를 해 오거나 둘 중 하나이다. 열심히 일하는 짧은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놀기 바쁘다. 그걸 보다가 잔소리가 한번 시작되면,쫌 일하는 척 하고. 올라가서 한 번은 꼭 그런 장면이 벌어지기는 해도, 날이 추워지면 식구들 모두 언제 산에 가지? 서로 기다린다. 갈퀴와 노끈, 푸대, 작은 손도끼 따위를 챙기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 고구마나 단호박 삶은 것도 넣고. 보리출판사에서 펴내는 월간지 에 짧은 글을 싣기 시작했다.(**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면, 월간지 를 보는 것을 강추. 어른이 보는 도 함께 온다. 다달이 월간지를 받아 읽으면서아..
상추쌈 출판사의 출간 예정 목록에는 물론.집에 관한 책도 있다.식_의_주에 관한 기획 목록이 주루룩 있다.지금은 목록만 있기는 하지만.지금 살고 있는 집은 1968년 상량. 삼칸집.정지와 마루까지 해서 8평쯤. 아마도 초가였을 것이다. 집을 샀을 때는 함석지붕이었던 것을,강판으로 지붕을 새로 하고, 보일러로 덮은 구들을 다시 살리고,합판으로 대어 놓은 천정을 뜯어서 서까래가 드러나게 하고,그런 식으로 집을 고쳤다. 창고를 새로 지었고, (경량목구조 방식인데, 구조만 있다.)작업실과 아이들 방을 겸해ALC로 2층 건물을 한 채 지었다. 한 층에 6평쯤. 45년쯤 된 본채는 지붕만 새 것일뿐,기둥이며 벽체며 집을 지었을 때 그대로이다.부엌으로 화장실을 달아낸 쪽만 시멘트 브로끄 벽이다.집 뒷쪽으로 귀퉁이가 ..
집을 짓고 있거나, 고치거나, 곧 지을 예정이거나, 가까이에 이런 사람들이 꽤 여럿이다. 여기서 가까이는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가까이 사는'이기도 하다. 낡고 오래된 나무 뒤주 한 채와 마당 흙바닥과 방바닥 높이가 같았던 세멘 브로끄 홑겹 건물 한 채가 사무실과 놀이방, 때때로 손님방의 용도로 쓰일 아래채로 바뀌고 있다. 집짓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공정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얼개가 드러나 보이니까 안심이 된다. 새해 첫날에 담장을 헐면서, 동동이가 태어나기 전에!!라는 작심으로 시작된 일은 이헌이가 태어난지 백일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집짓기에 매달려 일한 날짜로 따진다면 열흘을 가까스로 넘기지 않을까 싶은데, 일의 맨처음 자문을 구했던 목수는 사람 기다리는 일이 ..
공사 시작한 지는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작업일수로는 12일째입니다. 오늘, 지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받이도 되었고요. 이제 더 이상 저 2층 지붕 위에 올라갈 일은 없습니다. 공사 다 끝난 기분입니다. 지붕은 단순한 S골 모양의 칼라강판이었던 덕분에 경사가 얼마 되지 않는데도 일어서기만 하면 주르륵 미끄러지더군요. 위 사진이야, 합판 올리는 중이었으니, 미끄러울 것은 없었습니다만, 저처럼 높은 곳 무서워하는 녀석에게는 두통과 어지럼증이 찾아오기에 충분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지붕 위에 강판을 올린 다음, 그 위에 서서 나사못 박고, 실리콘 처리하는 일은, 당최 힘 쓸 구석은 하나 없는 일인데도, 끝내고 내려왔을 때, 오금이 풀리고, 온몸이 떨리는 상황에 도달. 라는 대원칙을 세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아..
악양에 내려와 살림을 차린지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만. 저희 집에는 아직 뒷간이 없습니다! 오줌 눌 곳은 있는데, 똥 눌 곳이 없어요. 네, 무척 어렵고 곤란하고 난처한 나날입니다. 그래서 이용하고 있는 뒷간은 마을 동사(마을회관)에 딸린 것, 봄이 외갓집의 뒷간, 마을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 이렇게 세 곳입니다. 지금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구구'절절하고', 낱낱이 밝히기에 곤란하고 난처한 일화가 많은 까닭에, 저희 집에 찾아오는 분께만, 그 중에서도 궁금해 하시는 분께만 오프 더 레코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하튼 그러한 사정으로 하루라도 빨리 뒷간을 지을 작정입니다. 헛간이라고 할 만한 공간도 턱없이 모자라므로 뒷간과 함께 헛간도 같이 짓습니다.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