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파동이 벌써 몇 주 전 이야기다. 낮에는 따뜻해도, 밤에는 제법 추워서, 잘때는 길고 따뜻한 옷을 꺼내 입는다. 벼에 이삭도 고개를 숙인다. 올해 농사는 작년에 견주면 아주 형편없다. 아마 쌀은 그저 먹을 것 정도가 나올 것이다. 어떤 일은 때를 놓쳤고, 어떤 일은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이제 추수까지 한 달쯤 남았는데, 아직 고개를 숙이지 않은 이삭이 많다. 그것들은 아마 추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본다. 다행히 굶지는 않을테니까. 잘못한 일이 많아서 그만큼 배우는 게 많다. 밀은 받지 못한 사람도 없는 듯하고, 우리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그리고, 어제 밀가루가 돌아왔다. 뜻밖의 상자. 린처 토르테와 화이트초콜렛쿠키. 정성스..
정말이지 이렇게 타작을 해도 되나 싶다. 지나가다 보시고는 다들 농사 잘 됐네. 밀 좋네. 라고 하신다. 한 줄 쓰고, 사진 몇 장 올려놓고는 며칠이 지났다. 일주일쯤? 씨뿌리기부터 타작까지. 첫농사다. 지금 밀은 잘 널어 놓았다. 오늘 내일. 날 봐서 모레까지 볕과 바람에 말리면 얼마는 (뽀사서) 가루를 내고, 얼마는 껍질을 깎아서 통밀을 내고, 또 얼마는 다시 푸대에 담아서 재어 놓을 것이다. 이 사진을 찍고 그 다음날부터 본격으로 일이 시작되었다. 논두렁에 풀을 베고,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가장자리를 낫으로 베었다. (농사일기 따위 따로 쓸 리가 없으니, 조금만 자세히 적어둔다면) 콤바인은 대개 논으로 들어와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타작을 한다. 기계 생긴 것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 내..
- 공부모임 게시판에 올렸던 것. 집 앞 개울 건너에 대밭이 있습니다.(대밭에 개울이라니, 여름에 모기가 얼마나 있을지 좀 걱정입니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가서는 명박이 거시기는 쥐 거시기다. 소리라도 치고 올 요량으로 가 보았습니다. 헌데 들어서자마자 놀란 까투리가 후다다닥 뛰어달아나고, 온갖 잡새가 푸드덕거리고 날아오르는 데다가, 좀 음습하고 어두침침한 것이 썩 내키지 않아서 그냥 돌아나왔습니다. 동네 할매들은 딸아이만 보면 내내 좋아라 하십니다. 어디서 종일 일하고 다리 아프네, 허리 아프네 하시던 분이 맞나 싶습니다. 이 동네에서만 그런 건지 다른 곳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를 보면 누구나가 다 하는 인사가 '안 낳아서 안 크지.' 입니다. 처음에는 뭔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