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날이 맑고 볕이 좋으니, 이제서야 조금 살만한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요즘 마을에는 작년 재작년에 견주어서 허수아비며 새 쫓는 줄이며 치렁치렁하고,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띄어요. 새 쫓는 할매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작년 재작년에는 한 번도 보지 못 했거든요. 봄이네 논에는 혹명나방 애벌레가 찾아왔습니다. 이른 논에는 새가 붙고, 늦은 논에는 벌레가 붙는 꼴입니다. 한여름, 벼가 아직 어릴 때에도 잎 끝이 마르고 병이 도는가 싶었는데요, 지금은 늦게까지 거름 기운이 많아서 벌레가 꼬인답니다. 뭐, 아는 게 없으니, 유기농 자재를 비싼 돈 주고, 넘치도록 부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다른 논보다) 늦게까지 벼가 자라고, 잎이 보들보들하고, 벌레가 그것 먹겠다고 달려든다고 윗논 어르신이 알려..
악양에는 귀농한 사람이 많다. 젊은 사람도 꽤 있어서, '오지학교'로 분류되는 악양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30명이다. 원래는 악양면에 초등학교가 세 개 있던 것이 하나로 합쳐져서 이만한 규모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다른 시골에 비한다면, 읍이 아닌 면 단위 초등학교로는 아이가 많은 편이다. 귀농한 젊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지학교라는 딱지는 승진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에게는 점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먹잇감 같은 것이어서 지금 악양초등학교에는 도시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교사가 한둘이 아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깜깜하고 차 한 대 없는 시골 산길을 한 시간도 넘게 미친 듯 승용차를 몰아 가야 한다. 이게, 서울에서 출퇴근 한시간.하고는 다른 거라, "젊은 선생이 도시에서..
어디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다. 라고 소싯적부터 들어왔지만, 어디 갈 때 빈손인가 아닌가 챙기는 것은 늘 아내의 몫이다. 지난 번 글에서 적어놓았던 지리산 밀가루 팀이 찾아왔다. 지리산 이장, 월인정원, 운조루 아저씨, 그리고 오랫동안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동료이면서, 어쩌다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은 사무총장과 사무장, 여기 블로그보다 늘 풍성한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들이니, 아직 가 본 적이 없다면, 들러볼 만 하겠다. 밀가루 빻을 곳을 찾다가 봄이네 옆집 방아실에 오셨다. 밀가루 빻으러 오시면서 들르는 것이었으나, 단지 빈 손으로 가는 거 아니다, 수준을 넘어서 양 손 가득 이것저것 들고 오셨다. (물론 챙기는 것은 월인정원과 사무총장이.) 월인정원과 사무총장의 선물 셋뜨. 사진이 이 모양이..
모내기 해 놓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장마는 끝물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 밤부터 내내 비가 많이 옵니다. 그치고 나면, 장마는 한풀 꺾이고, 더운 날이 올 겁니다. 직장생활 할 적에, 일하다 말고 남의 블로그를 잠깐씩(!) 기웃거린 것은 종종 먹을 것을 찾으려고. 그랬습니다. ^^; 저녁에 일 마치고 가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맛있겠다 싶은 밥집 하나 알아 놓으면, 뭔가 기대에 부풀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 동안 이곳에서 먹었던 것, 몇 가지. 열전입니다. 호래기. 호래기인지 호레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한번 검색해 보세요. 중원에 떠도는 소문이 어느 것이 진실인가 알 수 없습니다. 오징어 새끼다. 아니다 꼴뚜기다. 아니다 호래기는 호래기다. 이 동네의 의견은 호래기는 호..
* 타작하고, 추수한 것, 집에 쌓아놓고, 다음 농사 시작해 놓고, 그렇게 한철 농사일을 묶어서 '이중'일이라고 한다. 2010년 6월 15일 타작 앞두고 있는 밀밭. 콤바인이 들어갈 자리를 베어놓았다. 2010년 6월 16일 콤바인이 타작. 밀이 작고, 풀이 많아서 남들 밀밭보다 시간이 꼭 두 배 걸렸다. 소출은 작년 반타작. 흔히 시험 치고 반타작 운운 했던 기억이 있는데, '반타작'이라는 비유는 이제 입에 올릴 일이 별로 업을 것이다. 겨우내 보리를 갈았던 집은, 타작을 하지 못 하고 갈아엎은 집이 많다고 한다. 반타작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2010년 6월 17일 콤바인 타작을 끝낸 후에 곧바로, 거름을 넣고, 밀짚 뭉친 것을 태웠다. 2010년 6월 20일 6월 18일에는 논둑을 따라 관리기..
그제, 적었던, 논둑하기.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서 마무리되었다. 이게, 모내기 준비하면서, 가장 되다(고되다). 물론, 사진은 없다. 이 일을 하면서 장인 어른께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는 '거, 지금 하면 안 돼.'였다. '치대가지고, 기다맀다가 해야 된다고. 지금하면 안 돼.' '물기 좀 가라앉으면 해야지. 지금하면 안 돼.' 논둑 옆 관리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물을 댄다. 이게 하루쯤 걸린다. 관리기 지나간 자리에 물이 잘 차오르도록 물길을 손 보는 것도 미리 해 놓아야 한다. 논둑이 어지간히 젖고, 물이 얼마간 차오르길 기다렸다가 논둑 바르는 일을 한다. 한 해에 한 번, 하는 일이니, 작년에 어찌 했는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하고, 뭐하고, 뭐한다.라는 식으로 일 순서는 기억해도, ..
타작한 밀은 볕에 잘 널어 말렸습니다. 이미 논에서 바짝 마른 밀을 타작한 까닭에 금세 마를 것 같습니다. 밀알을 깨물어서 경쾌한 '톡' 소리가 나면 잘 마른 겁니다. 이틀이나 사흘쯤 말립니다. 물론 볕에 널어 말리는 것은 날씨따라. 며칠이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좀 튼튼한 모기장 처럼 생긴 건조망을 깔고, 그 위에 타작한 밀을 쏟아서 고무래 같은 것으로 골고루 펴줍니다. 그리고는 끼니 먹고 한 번씩, 그 사이에 한 번씩, 고무래로 뒤적여서 위아래를 뒤바꾸어 주지요. 장마가 하루라도 늦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밀은 말리는 것도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밀가루를 빻을 수도 없거든요. 관리기입니다. 봄이네에, 기름 넣어서 돌아가는 유일한 농기계입니다. 네, 그 흔한 예취기도 없고, 물론 경운기도 ..
탈곡한 날은 아무리 씻어도 온 몸이 깔끄럽고, 따갑고, 가렵습니다. 얼른, 간단히, 쓰고 자야 할 텐데요. 모레부터 장마라고 하니, 그 전에 밀이 다 마를랑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바짝 마른 상태에서 타작을 해서 후딱 마를 것 같기는 합니다만. 콤바인이 들어올 준비가 되었으니, 오늘은 참 준비하고, 콤바인과 콤바인 모는 아저씨가 오시기만 기다립니다. 낫도 하나 챙깁니다. 콤바인이라는 게, 뭐 운전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큰 기계이다 보니, 밀을 밟기도 하고, 한 줄 쪼로로미 남기기도 하고, 여하튼, 타작을 하면서 버려지는 밀이 꽤 됩니다. 게다가. 봄이네는 유기농이지 않습니까. 물론 유기농으로 한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아직은 서툰 것이 많으니, 밀이 키가 작다거나, 풀이 덤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