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과 뒤주를 붙여 지은 작은 건물. 2층은 서고로 꾸몄습니다. 아직은 서고가 너무 작아서 뒷간에도 서고만큼의 책이 있어요. 물론 서고를 더 늘린다 해도, 그 때는 또 그만큼 책이 늘어나 있겠지요. 서울을 벗어나서 살기로 결심했을 때, 시골에 내려가서 할 일. 목록 가운데는 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었는데, 다만 몇 가지 원칙과 같은 것은 1. 우리 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작게 한다. 그러니까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따로 관이나 기업의 후원은 받지 않는다.' 즉 '도서관 운영은 완전히 우리 멋대로.' 를 의미했습니다. 뭐 설마 우리가 하는 도서관에 누가 지원을 하겠어.라고 키득거리기도 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미 시작하기도 전에 두어번 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었지요. 2. ..
모내기 해 놓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장마는 끝물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 밤부터 내내 비가 많이 옵니다. 그치고 나면, 장마는 한풀 꺾이고, 더운 날이 올 겁니다. 직장생활 할 적에, 일하다 말고 남의 블로그를 잠깐씩(!) 기웃거린 것은 종종 먹을 것을 찾으려고. 그랬습니다. ^^; 저녁에 일 마치고 가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맛있겠다 싶은 밥집 하나 알아 놓으면, 뭔가 기대에 부풀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 동안 이곳에서 먹었던 것, 몇 가지. 열전입니다. 호래기. 호래기인지 호레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한번 검색해 보세요. 중원에 떠도는 소문이 어느 것이 진실인가 알 수 없습니다. 오징어 새끼다. 아니다 꼴뚜기다. 아니다 호래기는 호래기다. 이 동네의 의견은 호래기는 호..
* 타작하고, 추수한 것, 집에 쌓아놓고, 다음 농사 시작해 놓고, 그렇게 한철 농사일을 묶어서 '이중'일이라고 한다. 2010년 6월 15일 타작 앞두고 있는 밀밭. 콤바인이 들어갈 자리를 베어놓았다. 2010년 6월 16일 콤바인이 타작. 밀이 작고, 풀이 많아서 남들 밀밭보다 시간이 꼭 두 배 걸렸다. 소출은 작년 반타작. 흔히 시험 치고 반타작 운운 했던 기억이 있는데, '반타작'이라는 비유는 이제 입에 올릴 일이 별로 업을 것이다. 겨우내 보리를 갈았던 집은, 타작을 하지 못 하고 갈아엎은 집이 많다고 한다. 반타작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2010년 6월 17일 콤바인 타작을 끝낸 후에 곧바로, 거름을 넣고, 밀짚 뭉친 것을 태웠다. 2010년 6월 20일 6월 18일에는 논둑을 따라 관리기..
그제, 적었던, 논둑하기.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서 마무리되었다. 이게, 모내기 준비하면서, 가장 되다(고되다). 물론, 사진은 없다. 이 일을 하면서 장인 어른께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는 '거, 지금 하면 안 돼.'였다. '치대가지고, 기다맀다가 해야 된다고. 지금하면 안 돼.' '물기 좀 가라앉으면 해야지. 지금하면 안 돼.' 논둑 옆 관리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물을 댄다. 이게 하루쯤 걸린다. 관리기 지나간 자리에 물이 잘 차오르도록 물길을 손 보는 것도 미리 해 놓아야 한다. 논둑이 어지간히 젖고, 물이 얼마간 차오르길 기다렸다가 논둑 바르는 일을 한다. 한 해에 한 번, 하는 일이니, 작년에 어찌 했는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하고, 뭐하고, 뭐한다.라는 식으로 일 순서는 기억해도, ..
타작한 밀은 볕에 잘 널어 말렸습니다. 이미 논에서 바짝 마른 밀을 타작한 까닭에 금세 마를 것 같습니다. 밀알을 깨물어서 경쾌한 '톡' 소리가 나면 잘 마른 겁니다. 이틀이나 사흘쯤 말립니다. 물론 볕에 널어 말리는 것은 날씨따라. 며칠이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좀 튼튼한 모기장 처럼 생긴 건조망을 깔고, 그 위에 타작한 밀을 쏟아서 고무래 같은 것으로 골고루 펴줍니다. 그리고는 끼니 먹고 한 번씩, 그 사이에 한 번씩, 고무래로 뒤적여서 위아래를 뒤바꾸어 주지요. 장마가 하루라도 늦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밀은 말리는 것도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밀가루를 빻을 수도 없거든요. 관리기입니다. 봄이네에, 기름 넣어서 돌아가는 유일한 농기계입니다. 네, 그 흔한 예취기도 없고, 물론 경운기도 ..
탈곡한 날은 아무리 씻어도 온 몸이 깔끄럽고, 따갑고, 가렵습니다. 얼른, 간단히, 쓰고 자야 할 텐데요. 모레부터 장마라고 하니, 그 전에 밀이 다 마를랑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바짝 마른 상태에서 타작을 해서 후딱 마를 것 같기는 합니다만. 콤바인이 들어올 준비가 되었으니, 오늘은 참 준비하고, 콤바인과 콤바인 모는 아저씨가 오시기만 기다립니다. 낫도 하나 챙깁니다. 콤바인이라는 게, 뭐 운전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큰 기계이다 보니, 밀을 밟기도 하고, 한 줄 쪼로로미 남기기도 하고, 여하튼, 타작을 하면서 버려지는 밀이 꽤 됩니다. 게다가. 봄이네는 유기농이지 않습니까. 물론 유기농으로 한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아직은 서툰 것이 많으니, 밀이 키가 작다거나, 풀이 덤불..
드디어,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었고, 초여름이라고 해 두죠. 사진이 한 컷도 없는 것은 밥 먹을 때 사진기 챙겨야지, 했던 것이 장화 신고, 낫 챙기고, 하는 사이 새하얗게 지워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매 끼니마다 되풀이됩니다. 짤막하게라도, 밀 타작에서 모내기로 이어지는 봄 이중일을 '날마다' 올려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물론, 작년 일이 쫌 가물가물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콤바인을 위하야 논 가장자리를 따라 밀을 베어냈습니다. 기계로 베다 보면, 맨 가장자리는 제대로 베지 못 하고 남겨지거든요. 중부 지방이나, 뭐 어지간한 동네는 이미 모내기를 끝냈습니다. 악양에도 모내기 끝낸 곳이 많지요. 하지만, 밀 농사를 짓는 집은 모내기가 늘 꼴찌입니다. (따라서 가을..
봄이 외할머니는 재주가 많습니다. (물론 외할아버지도. 그렇긴 하지만.) 뜨게질도 그 중에 하나이지요. 얼마 전, 실패를 챙기는가 싶더니 한달 사이에 봄이 옷 두 벌을 해 주셨습니다. 얼마만에 하는 건지 모르겠다시면서도, 다른 일 다 하시는 가운데 짬짬이 하시면서도, 무슨 본 같은 건 전혀 보지도 않으시고도, 휘리릭 재깍재깍 옷 두 벌입니다. 봄이 얼굴 실컷 보시라고 오랫만에 봄이 사진 연작입니다. 이렇게 사진 여럿 올리다보니, 그 동안 올려야겠다고 마음만 먹었던 사진들이 생각납니다. 봄이는 옷을 거의 사 입히지 않았거든요. 시골에 내려와서 아이 옷을 사 입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정말 고생했지 싶습니다. 돈도 돈이거니와, 인터넷으로만 사기도 그렇고, 나가서 사려면, 진주든 순천이든 도시까지 나가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