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했습니다. 조금 손등이 화끈합니다. 양념 치대는 것 말고, 쪼금 뭐 더 한 것도 같으니까, (저도) 김장 했다고 적어 놓겠습니다. 지금은 일도 아니지. 김장 한다고 하면 마늘 까고, 생강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남자들은 배추를 짚으로 엮는다고. 네 포기씩 엮어.그래 가지고 지게에 져서 냇가로 다 나르지.뭐 몇백 포기씩은 다들 하니까. 남자들은 배추 져 나르는 게 큰일이야.냇가에 가서 쌓아 놓고 절인다고.그러고 나면 절인 거 다시 짚으로 묶어가꼬 지고 와야지.마당에서 못해. 축축 절인 거 다시 묶어서 지게에 지고 와서는마당에 쌓아놔............. 메주콩 거둔 것으로 메주도 쑤었습니다.가마솥에서 하루, 콩을 삶습니다. 익었나 안 익었나 한 알 두 알 자꾸 집어 먹습니다.자꾸 집어 먹어야 그나마 ..
"왜, 시골로 내려왔어요?""뭐, 시골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아이가 생겼죠. 아이를 서울에서 낳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생각보다 일찍 내려오게 되었어요. 악양에서 봄이가 태어났지요."2008년 가을에 악양에 내려왔다. 내려와서 이런 대답을 백마흔네 번쯤 했다.2013년, 11월이 되면서 봄이는 자기 생일이 이번 달이라는 것을, 생일에 무얼 하고 싶다든가, 무얼 받고 싶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하루에 두 번쯤 한다. 봄이는 이제 여섯 살. 다섯 번째 생일. 생일이 월말께이니 '이번 달 생일' 놀이를 거의 한달 가득 할 수 있다. 봄이는 요즘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집에서 유치원까지 차로 25분쯤. 멀다. 나한테도 멀고, 봄이한테도 멀다. 길은 절반쯤 섬진강을 따라가고, ..
오이며 가지 따위가 꼬시라져가고, 무싹을 때때로 솎아다가 무쳐 먹습니다.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고요.벌레가 있는지 돌보아야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산에서 다래를 따 오셨습니다.가을 들어설 때에,다래만 한 열매가 없지요.조금 푸릇푸릇한 것들은 독아지에 넣어 두고익혀 가며 하나씩 꺼내 먹습니다. 봄이는 여섯 시가 조금 넘으면 일어납니다.아침 바람이 서늘했던 어느 날에마루에 나가 혼자 노는가 싶더니,신문지 한 장을 덮고 이러고 누웠습니다.아래로 발이 나왔길래, 한 장을 더 덮어 주었더니,이러고 있으니까 따뜻하다 합니다. 궁극의 신문지 사용법을 어디서 깨쳐왔는지.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괴산에 다녀왔습니다.올해로 세번째. 늘 가고 싶었지만 이제서야 처음 보러 갔지요.시골 촌구석, 폐교 운동장에서 ..
가을이 되기까지 너무 메말랐는지.쉽게 보기 어려운 손님이 집 안 마당까지 찾아왔다. 마당 이쪽 끝에서 저쪽까지 가로지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릴 것 같은 도롱뇽.물이 없는 곳에서는 살지 않는다.박우물에서도 산다고 하니,꼭, 심심산골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닌데, 보기 어렵다. 그래도 이렇게 어슬렁거리면서 집안까지 들어온 것을 보면그저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재주가 좋은 녀석이라고생각하기로 했다.여튼, 멀지 않은 곳에 살다가, 물이 말라서 어디든 찾아다닌 것이겠지.가까운 곳에 동네 우물이 있고, 또 작은 도랑도 있었지만,어디에서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고,조금 높은 곳에 데려다 주었다. 게아재비도 왔다.내려와서 물에 사는 어지간한 곤충은 다 만났더랬는데,게아재비는 처음.이번에 자세히 들여다보고 알게 되었는데,사마귀..
올해 첫 고구마 순.따다가 저녁에 둘러 앉아서 껍질을 벗긴다.옛날에는 이거 안 까고 그냥 먹었어.그럼, 이거 까고 앉았을 짬이 어딨어. 그냥 무쳐도 먹고 그랬지.토란대도 안 벗기고 그냥 먹었는데.엊그제 더위에 고구마 순을 하다가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도 한다.우리가 먹는 것, 팔할은 그런 심성 지닌 손을 거쳤겠지. 해마다 옥수수가 익는다.장마가 지나고 날이 뜨거워질때, 옥수수를 찐다.올해 것은 또, 작년 것보다 맛이 좋다.작년에도 참 맛있다 하면서 먹었는데,밭을 마련하고 삼 년차인 올해 옥수수는 경이로운 맛.http://haeumj.tistory.com/86이것이 재작년 옥수수. 동동이가 봄이처럼 컸다. 그래서 해마다 옥수수를 더 심는다.갓 딴 옥수수를 얼른 가져다가 삶아 먹는다.알알이 촉촉하고, 쫄깃하고..
밀가루와 국수와, 또 몇 가지.내일 발송합니다.우체국 택배로 보내드릴 거예요.비를 피해서 문앞에 다다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아마도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받으실 테지요.그때까지 받지 못하시거나, 받았는데 문제가 있으시다면,얼른 봄이네에 알려주시길. *그리고, 밀가루와 국수는 마감입니다.고맙습니다.효소나 매실장아찌나 나물은 아직 남아 있어요.발송을 마치고, 간단한 토종밀 Q&A 이런 거 올리려고 합니다.저도 그때그때 궁금했던 것들이 이제 조금씩 풀려가기도 하고요.궁금하셨던 것이 있으시다면, 이참에 뭐든.
토요일, 방앗간(여기 말로는 방아실)에 밀을 가져다 놓았습니다.전날에는 토종밀을 하루 더 햇볕에 널어 말렸구요.금강밀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금강밀이 좀 더 빨리 마릅니다.그리고, 서로 다른 수분율에서 가장 좋은 상태가 됩니다.작년에 밀가루를 빻았던 기준으로는 토종밀을 굳이 하루 더 말릴 필요는 없었습니다만.꼬박 하루, 다시 볕에 널었습니다.보통 밀을 가루로 빻을 때 적당한 물기(수분함유율)는 12-13% 정도입니다.나무를 베어서 집을 짓거나 가구를 짤 때,나무를 말리는 것도 이만큼입니다.이만큼 말렸다 싶으면, 나중에 나무가 뒤틀리거나 터지거나 하는 일이 별로 없지요.물론 밀이든, 나무이든 그저 단순히 수분율이 몇 퍼센트라는 것만으로좋은 상태라고 결정지을 수는 없습니다만,이렇게도 말려 보고, 저렇게도..
올해 장마인데도 비가 적다 싶었어요.며칠 인터넷도 하지 않고, TV는 원래 없고.서울이나 중부 지방에 그렇게 비가 많이 왔는지 몰랐어요.부디, 더 이상 피해 없이 지내시기를, 건강하시기를,바라고 있습니다. 여기 남쪽은 장마가 끝났어요.이제 닷새 넘게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옵니다.이번 주에 언제 한번 더 밀을 볕에 널고,밀가리를 빻고, 국수를 뽑을 것인가. 머리속으로 굴려 보고 있습니다.아마도 밀가루를 이번 주에 빻고, 국수까지 뽑으면 다음 주.나눠서 다시 포장하고, 발송은그 다음 주가 되지 싶어요. 많이들 기다리시고 계실 텐데.7월이 넘어가지 않도록 애쓰겠습니다.아, 그리고 밀가루든 국수든,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든 비는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