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언제나 바쁩니다. 낮에는 바깥 일을 하고, 밤에는 자리에 앉아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느 해도 밤 시간에 무언가 일을 제대로 하지는 못합니다. 논에는 물을 대었다가, 며칠 전에 모내기를 했습니다. 작년, 모내기를 했던 날에 김종철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 올해도 모내기를 하는 날에는 선생님 생각을 했습니다. 농사지으면서 마주하는 첫 손에 꼽는 풍경이 물이 가득 차 있는 논입니다. 깜깜한 밤, 환한 달빛. 어스름하게 논에 비치는 산세. 여기, 앞에 서서 참 좋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게 해 준 사람들.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6월에 들면, 매실을 따서 낸 다음, 마늘을 뽑아 걸고, 양파도 뽑고, 감자도 캡니다. 밀을 베고,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합니다. 그런 나날에서도 양..
키위는 꽃이 피었다 지고, 이제는 감꼭지 달린 어린 감처럼, 그렇게 달려 있습니다. 올해도 키위는 여전히 잘 자라고 있어요. 마당에 있는 블루베리 화분에서, 나날이 블루베리를 따 먹습니다. 날마다 한 움큼씩, 다섯 식구가 블루베리를 먹고 있으면 한여름을 맞이해서 잘 지낼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 같아요. 밭에 살구나무도 올해는 작년보다 몇 알 더 달렸습니다. 돌보는 만큼, 손이 가는 만큼 열매를 맺어 줄 텐데요. 이제 매실을 따고 있습니다. 올해도 씨살이좀벌 때문에 많이 떨어졌어요. 떨어진 매실들은 남김없이 줏어서 벌레가 살 수 없게 합니다. 몇 해 지나야 나아지겠지요. https://photos.app.goo.gl/MAuQcJQa1JUKKiCu5 멀쩡한 것들을 골라서 장아찌를 먼저 담급니다. ..
이른 봄꽃들이 지고, 이제 밭에는 사과꽃 모과꽃이 피어 있습니다. 감잎이 새촙게 피었으니, 조금 기다리면 감꽃도 달릴테고요. 올해는 밭 한 쪽에 아스파라거스도 조금 심었어요. 어쩌다가 맛을 보게 되었는데, 이것, 심어서 먹어야겠다 싶었거든요. 올해는 먹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내년에는 조금씩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양파는 올해 과연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마늘은 잘 자라고 있어요. 어느날이든 미세먼지없이 맑은날이 많습니다. 그리고, 감자에 싹이 났어요! 때마다 적당한 때에 북돋아줘야지. 사과꽃, 모과꽃, 이른 봄꽃들이 지난 다음, 밭에 가만가만히 피어있습니다. 아이들은 오래된 학교. 이제는 문을 닫은. 돗자리와 물을 챙겨서는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놀다가, 저녁밥을 먹을 때가 다 되어서야 마지못..
아이들과 밭에 왔어요. 무척 추운 날들이 있었던 겨울이었지만, 마늘은 잘 자라고 있습니다. 풋마늘을 조금 뽑았습니다. 이맘때 마늘을 뽑아서 먹는 건 처음이에요. 아래밭 한쪽을 갈고 씨 뿌릴 준비를 합니다. 내일이 보름이니까요. 이제 올해 농사가 시작이에요. 보름은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가장 큰 명절이지만, 올해는 조용히 보내겠지요. 그래도 이제 봄에 심은 것들, 가을에 거둘 때가 되면, 사람들 만나서 손에 건네줄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심은 적이 없었는데, 조도 조금 심으려고 해요. 가을에 조가 익어서 바심할 때에, 너무 조바심내지 않고, 한 해 잘 보내야지. 이런 마음으로요. 아이들은 냉이를 캐 왔습니다. 저마다 자기 호미를 들고, 밭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싶었는데, 이제는 마당 수돗가에서 손질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