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상추쌈을 먹었습니다. 처음 먹는 거였어요. 춘분을 하루 앞두고 상추쌈을 먹다니. 잎은 작고 아삭아삭하고 고소하고, 또 단맛이 났어요. 겨울이 따뜻한 곳이어서 그런가, 마치 시금치나 냉이나 쑥처럼. 상추도 죽지 않고 겨울을 넘긴답니다. 이건 요즘 따뜻해졌다고 갑자기 그러는 건 아니라고 해요. 그러니까 겨울을 넘긴 상추입니다. 겨울을 넘긴 상추는 처음이지요. 얼었다 녹았다 그러면서 노지에서 겨울을 보낸 상추. 이제 조금 지나면 꽃대가 올라온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면 밭을 갈고 새로 무언가를 심어야 하니까, 지금 먹을 수 있을 때에 따서 마을 사람들끼리 나눠먹습니다. 시장에 내다 팔 만큼 크지 않거든요. 그덕에 우리도 얻어 먹었어요. 상추잎이 김장배추 노란 속잎보다 작고, 그것보다 더 달고 고소합니다..
오래된 집입니다. 두 사람이 눕기에 꼭 맞춤한 2평짜리 방이 두 개 있고, 그보다 아주 약간 큰 부엌이 있습니다. 대들보에는 일천구백육십팔년 상량.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이 작고 오래된 집을 고치겠다고 했더니, '새로 집 짓는 값보다 더 들긴데','고치봤자 표도 안 나고, 고마 새로 지라','처음 생각보다 돈이 딱 두 배는 들기다.' 하십니다. 얼추 가진 돈 다 쓸 때쯤이 되니, 뭐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집 사는 돈 하고, 집 고치는 돈 하고 비슷하게 들었거든요. 수리비도 처음 생각보다 두 배가 더 들었으면 들었지 적게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조금만 더 손질하면 당장 들어가서 살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만, 공사지원비 주겠다고 점검을 나온 면사무소 공무원은 대체 공사를 하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