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와 시금치
날이 풀렸다.보름이 지난 지도 꽤 되었고.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첫 주말.밭에 나서 있으면여기저기 경운기 소리, 관리기 소리가 난다.옆 밭 주인도 관리기를 들고 나와서 땅을 갈았다.이제 여기에 뭔가를 심어야 할 테니겨우내 캐고 남은 시금치와 냉이를 마저 캔다.냉이는 이제 꽃대가 하나씩 올라오는 것이 있다.봄나물이 가득해서 밭이 푸르다.학교 안 가는 날, 밭에 나온 아이들.닭장 옆으로는 더덕을 심고,감자 심을 땅에는 왕겨를 뿌렸다.왕겨를 ..
봄이네 논밭 2016.03.12 22:26
송이 상.
한 해에 한 번쯤.봄이네 집에 들르는 손님이 있습니다.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송이 할머니라고 부르며 따릅니다.가끔 오시는 손님이지만.오실 때마다 가방에 몇 가지 재료를 싸 오셔서는오코노미야끼, 가라아게, 스끼야끼, 링구아게... 잠깐 부엌을 스쳐 지나듯 하는 사이,맛난 일본 음식을 해 주십니다.송이 상이 한번 다녀가고 나면아내의 음식 가짓수가 하나둘 늘어나요.그러니까, 저와 아내가 신혼여행으로오사카에 갔을 때, 묵었던 집이송이 상의 집이..
책.상추쌈출판사 2016.02.25 14:04
메주콩. 메주. 콩나물. 두부.
메주콩.없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서울 살면서는 한 번도 사 보지 않은 곡식.된장이든, 간장이든. 콩나물이든, 두부든.무엇이든 콩과 물과 소금 정도의 배합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꽤 놀랐지요. 메주 쑤는 날은 김장 하는 날 못지 않게 중한 날이니, 아이들 모두 곁에서 일하는 것을 지켜보게 합니다. 올해는 겨울이 따뜻하니까 메주 삶는 것도 좀 더 추우면 하자 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날을 잡았습니다.아이들 셋이 저마다 메주 한 덩이..
봄이네 논밭 2016.02.16 19:04
밀밭 + 상추쌈출판사 네 번째 책.
지난 12월, 날은 따뜻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별다른 사연을 달아 매고 밀싹이 올라옵니다. 11월에 밀씨를 뿌리는데, 그 무렵에 유난히 비가 많이 왔어요. 밀이나 보리 뿌릴 때 비가 많아서 논에 물이 들면 씨앗들이 다 못쓰게 됩니다. 물에 잠긴 채 며칠 있으면 '다 녹아삐리'거든요. 언젠가 저희 논이 얼그미 논이라는 이야기를 했지요. 얼그미 논이라는 게 바닥이 얼금얼금해서 물이 잘 빠지는 논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물을 ..
부계마을 2016.01.10 18:46
지난 달.
파장이었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더 많았다. 환한 등불이 걸린 가겟집 주인들은 길가로 나온 물건들을 상자에 담고 있거나, 커다란 천막을 펼쳐서 뒤집어 씌우거나,혹은 의자에 앉아 띄엄띄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나씩 빤히 쳐다보곤 했다.어릴 적 심부름 하느라 콩나물 한 봉지, 파 한 단, 감자 몇 개, 두부 한 모 따위를사 나르던 채소전과 닮은 가게 앞에서, 오랜만에 익숙하고도 편안했다.가.형광등 아래 철 모른 채 새파랗고 새빨갛고 반짝..
유머와 아름다움 2015.12.15 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