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에서 시작된 모내기가열 번째 모내기였습니다.농약을 치지 않으니까, 그 이듬해부터 당장 풍년새우와 작은 물벌레들이 찾아왔지요.이제는 미꾸라지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둘레로는 여전히 농약을 치는 논밭들이지만,어디서 찾아왔는지 모르겠는 목숨붙이들이,점점 더 덩치를 불리고 있지요.흔히 듣는 이야기가 예전에는 타작하고 나면 둠벙 하나 남겼다가, 미꾸라지 몰아서 잔뜩 잡아올려서는 끓여먹곤 했다는 겁니다.그게 아주 오래 된 이야기는 아니라고들 하시지요.모두 당신들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논둑을 발라 올리는 일이 끝나면.몸을 움직이는 것으로도, 일이 마무리 된 다음 그 논의 모양새가 달라지는 것을보는 것으로도,한 고비를 넘긴 느낌이 듭니다.'물 댄 논'의 그림이 다 그려지는 순간이거든요. 마늘도..
오늘 밀 타작을 했어요.바람이 좋았어요.밀 농사는 소출이 많지는 않았지만,그래도 좋은 일이에요.작년에는 사정이 있어서제때에 밀을 팔지 못했어요.오랫동안 일일이 손으로 밀을 가려야 했거든요.그래서, 지금도 밀이 남아 있어요.밀 타작을 한 오늘까지도요!그래도 좋은 일이에요.밀을 거둔다는 것은요.집 앞 개울 옆,볕이 따갑고, 바람이 검불을 날리는 자리에밀을 널었어요.낼모레 밀을 담아서한 가마씩 뒤주에 쌓아 놓겠지요.새 밀, 새 밀가루로 구워 먹는 빵 맛이 어떨까요. 음,하지만 아직 작년 밀가루는 남아 있어요. 쌀도요.그리고, 이제 캐기 시작한 마늘과 감자와 양파.이런 것이 필요하신분은 말씀해 주시면정말 고맙겠어요.농사는 여전해요.유기농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농약과 비료는 넣지 않고,땅에 되돌리는 것은 집에서 ..
몸이 가벼운 저녁입니다. 머리도 맑고요. 며칠 날이 좋았습니다. 연둣빛 잎들이 반짝이는 저녁입니다. 봄날, 그런 저녁이 며칠 찾아옵니다. 저녁을 먹고도 몸이 가볍고, 늘 머릿속에 꽉 차 있던 고민들도 '뭐, 그런다고 달라지겠어?'하는 편안하고, 합리적인 마음이 드는. 소매가 조금 짧고, 바람이 잘 감기는 옷이 더없이 어울립니다. 집 앞 골목길을 지나서 천변 공원을 한번 걷고 오곤 했던 기억이 나는 저녁이에요. 여기까지 적고, 역시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잠깐 바람을 쐬고 왔습니다. 달걀 얘기를 적어두려고요. 며칠 전에 달걀을 샀습니다. 한동안은 봄이네도 닭을 키웠지요. 작년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두 번, 혹은 세 번 닭장에 스무 마리씩 중병아리를 사다 넣었습니다만, 그 때마다 정체 모를 짐승이 닭들을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