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나 유자차, 석류 효소, 콩은 별다른 일 없이 잘 갔지만, 배쨈은 저희가 잘 확인을 못 했어요. 배쨈을 충분히 여러 번 만들어 보지 못 한데다가.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건 처음이었지요. 정제 설탕으로 만든 것하고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하고 보내놓고는, 그제서야 담아 두었던 쨈 뚜껑을 열고 빵에 발라먹어야겠다 했지요. 어어엇, 헌데 이게 너무 되직한 거예요. 게다가 너무 추운 곳에 두었더니 꿀이 소는 것처럼, 몽알몽알 단 알갱이가 생겼지 뭡니까. 꿀을 따는 분들은 그렇게 말해요. '꿀이 솔다.'라고 하는데, 마치 설탕 알갱이처럼 당분이 맺히는 거죠. 여튼, 좋은 재료 썼다고 비싸게 받아서 처음으로 나눴던 건데, 이 모양이라니. 부랴부랴, 과수원에 전화부터 했지요. '저 혹시 배 남은 것 있나요?' 다행..
오늘 쌀과 콩을 보냈습니다. 며칠 사이 추가로 주문하신 분을 빼면,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쯤에는 주문하신 것들을 받으실 겁니다. 지난 여름 밀가루에 이어(http://haeumj.tistory.com/9) 이번에도 여러 고마운 분들이 나누어 주고, 나누어 받고 그랬습니다. 맛 보기는 커녕, 구경도 못 한 먹을 것을 그저 사진 몇 장, 글 몇 줄만 보고 덜컥 돈부터 보내시다니, 저처럼 의심많고, 물건값 깎기 좋아하는(^^) 사람은 좀체 다다를 수 없는 마음입니다. 물건을 보내면서, 간단한 글도 함께 보냈습니다. 이제, 조금 더 낯 익은 분도 생기고, 몇 번 글을 주고받거나, 목소리를 듣거나 하는 일도 생겨서 조금씩 다른 글을 보내드렸지만, 아래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__________________ 지난 ..
2009년 마지막 날 아침. 악양에 눈이 내렸다. 봄이 엄마가 어렸을 때는 눈사람을 만들고, 얼음이 꽝꽝 언 무논에서 썰매를 탔다고 했지만, 자꾸 날이 따뜻해져서, 이제 악양에 눈 쌓이는 일은 드문 일이 되었다. 방문 열고 나왔더니, 마당에, 골목길에, 돌담에, 지붕에, 눈이다. 대빗자루 들고 나가서 마을 어귀까지 쓰는 둥 마는 둥 흉내만 내고 들어와서는 부랴부랴 아이에게 옷을 입힌다. 삼촌이 사 준 부츠를 외갓집에 두고 왔다. 그것만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손가락 장갑을 벙어리 장갑 끼우듯 하고는, 고무신을 신겼다. 차갑고, 뽀드득거리는 것을 느끼기에는 더 좋겠지. 그 사이 해가 떠서, 담장 안으로 볕이 들기 시작했다. 마당에 내려놓았더니, 처음에는 머뭇머뭇하다가 자기 발자국 구경하면서 돌아다닌다. ..
지난 6월 중순. 모내기하려고 논 고르고 물 댄 모습. 사진을 찍어 놓으면 얼마나 넓은지 잘 알 수 없다. 어느 쪽에서 찍어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아랫도가리. 400평-두 마지기가 좀 넘는다. 윗논 할배가 말씀하시길 이렇게 크게 정리하기 전에는 이 논이 작은 도가리 여럿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다.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는 포크레인이 들어와서 작업을 했겠지. 그렇다 해도, 당최 언제부터였을지 모를 시간동안 할매 할배들이 땅을 고르고, 돌을 쌓고, 농사를 지어오지 않았다면... 여튼 논에 갈 때마다 그 생각이 든다. 얼치기 도시내기를 만나서 논도 고생이구나. 1년 반 사이에 물길은 울퉁불퉁해지고, 논바닥에 모래도 생기고, 그래도 지나는 어르신들, '잘 해 보라, 젊은 사람이 들어와 고생한다.' 한마디씩 거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