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비가 오더니, 가뭄이 심해서, 다 말라 비틀어지는 가을이었습니다. 악양은 어디든 감나무가 줄줄이 늘어선 마을인데요, 옆집 아저씨가 지나는 말로 "감이 나무에 매달리가 곶감이 되겠네." 하실 만큼이었습니다. 해걸이에, 좋지 않은 날씨에, 감나무마다 감이 겨우 열댓개 달린 것이 많았는데, 잘 익어야 할 때에도 날씨가 나빴던 것이지요. 나락도 좋지 않았습니다. 다들 농사가 좋지 않긴 했습니다만, 봄이네는 쫌 유난. __; 올해 가을 유난히 콩이며 깻단 널어 놓은 것이 많습니다. 볕 잘드는 봄이네 집 담벼락에는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콩단과 깻단을 세워 말립니다. 아마도 작년 겨울 갑작스레 논에 감나무 심은 집이 많은 까닭일 겁니다. 그런 것이 아니어도, 부러 논에다가 콩 심은 집들도 많았고요. 건너건너..
땅콩을 거뒀습니다. 그래도 주말농장 따위까지 계산에 넣자면 7-8년쯤 밭에다 무언가를 심어왔던 셈인데, 땅콩은 처음입니다. 아직, 이르지 않을까 싶기는 했지만, 가을 농사를 제때 시작하지 못한데다가, 지금 밭 모양새도 엉망이라, 일단 심은 것들 다 거두었습니다. 처음 하는 작물이라, 자리도 잘못 잡아놔서 더 기다리기가 어려웠거든요. 살짝 풋것 냄새가 나는 것도 같습니다만, 삶은 땅콩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습니다. 볶은 땅콩과 삶은 땅콩은 바싹 구운 삼겹살과 잘 익은 보쌈의 차이. 어릴 적 땅콩은 오로지 볶은 것만 있는 줄 알았다가 어른이 다 되어서야 삶은 땅콩을 처음 먹고는, 맨 처음 보쌈을 먹었을 때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지요. 이제는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기름을 볶아 고소..
옥수수라는 제목으로 세번째.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2학년이거나 3학년이거나. 그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외가집에서 여름 방학을 보낼 때였다. 옥수수 삶은 것을 먹고는 (맛있게 먹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익숙한 음식은 아니었다는 것.) 급체를 해서 생꿀을 한 주발 먹고, 열이 올라 외할머니 등에 업혀 보건소에 갔다 온 적이 있다. 그 일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옥수수는 찐 것이든, 구운 것이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 봄에 글을 올릴 때는 호기롭게도 종자를 나누겠다는 이야기를 했으나, 소작했던 것이 얼그러져서 제대로 옥수수 맛도 보기 어려웠다. 올해는 아무 소리 없이. 처음으로 마련한 밭뙈기에 옥수수를 심었다. 옥수수 딸 때가 되었으나, 태풍에 물난리에 옥수수는 넘어지기도 하고, 더러 ..
* 밀가루 팔고 있던 것 가운데 토종밀 밀가루와 밀기울, 밀쌀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금강밀 밀가루만 남아 있어요. 고맙습니다. 아이가, 고마 내가 하까? 팔십 먹어가 내 하까? 읎어, 여 놉 얻을 사람 읎어. 밀 농사를 짓지 않고, 일찌감치 모내기를 한 논은 이미 이삭이 패고, 꽃이 달렸다. 그런데, 이제서야 논을 매겠다고 시작했으니,늦어도 한참 늦었다. 놉을 얻을 수만 있으면(돈 주고 일꾼을 구할 수만 있으면) 사람을 여럿 얻어서라도 일을 얼른 끝내고 싶었지만, 이 더위에 이제 논 매는 일에 나서는 사람은 없다. 젊은 사람이 얼마 없는 까닭이다. 좀 젊다 싶으면 다들 제 할 일에 코가 석자다. 게다가 올 여름 지독하게도 비가 긋지 않았던 날씨 탓에 뭐하나 제대로 말려둔 게 없으니 일손은 더 ..
어디든 비 많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대략 서너 시간동안, 300mm가 훌쩍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깊이가 1m가까이 되는 고무 다라이는 분명 비워져 있었으나, 하루밤새 물이 넘치도록 받아져 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상습 침수가구였던 집이어서 동네 할매 할배들이 날 밝자 오셔서 괜찮냐 물으십니다. 다행히도 지난 공사 덕분에 동네 어르신들 짐작보다는 물난리가 덜 났습니다. 욕실 하수구에서 솟아난 물은 방으로 들지 않았고 살림채 안으로도 괜찮습니다. 뭐, 여튼 별일 아닌 집.인 셈입니다. 바로 집앞, 개울도 넘치고, 둑이 무너지고, 읍내 나가는 다리도 막혀 있구요. 마을에서 가장 큰 물난리는 방아간에 들어서, 쌀이며 나락이며 기계가 들어서 있는 방아간과 또 그 창고에는 지금도 물이 흥건합니다..
밀가루와 밀쌀과 밀기울과 쨈과 효소. 어제 발송했습니다. 어제도 비가 꽤나 많이 내린 덕분에, 발송 연기 문자가 나가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다행히 상자에 물 안 묻히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받으시고 문제가 있으시면 다시 연락해 주세요. 내일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으신 분들도, 말씀해 주시고요. * 주문, 고맙습니다. 배쨈을 빼고는 무엇이든 꽤 남아 있습니다. 천천히 필요하신 것이 생기시면 다시 말씀해 주세요. ** 이순애님. 입금하신 것만 확인했습니다. 제가 연락처도 모르고요, 주문내용도 모르고... 부디 연락주시길. *** 배쨈은 이제 남아있지 않습니다. 벌써 8월이라고 올배가 나오기 시작하네요. 하지만 쨈 졸일만한 것은 11월이나 되어야 한다는 것. **** 첫번째 발송도 월요일이었습니다만, 앞으로도..
* 첫번째 발송 예정일은 8월 1일 월요일입니다. 여하튼 무사히 밀가루를 빻았습니다. * 뭐, 그 사이 얼마나 글을 올릴 지 모르겠습니다만, 잠시 동안 새 글이 있더라도 이 글 아래에 두겠습니다. 효소(설탕발효액)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아래글을 보시길. * 토종밀가루, 밀기울, 배쨈은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습니다. 백만 년만의 포스팅입니다. 간단한 첫줄 후에 콘디션 좋지 않으신 봄이를 다시 재우느라 30분 지나서 두번째 줄입니다. 봄이네 집의 두 남매는 잘 크고 있기는 합니다만, 지난주 들어서 동동이는 결국 병원에 다녀왔고, 며칠 후 봄이는 가뿐하게 39도를 찍어주셨습니다. 그렇다 해도 평소의 고민은 당최 앓는 일이 너무 없어서 면역력이 안 길러지는거 아니야, 하는 쪽이니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