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옆집 할매가 방금 찐 옥수수를 몇 개 가져다 주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게, 제 손바닥만큼 작은 옥수수였지요. 찰옥수수 큰 것만 보던 저는 이거 자라단 만 옥수수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옥수수는 그리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알알이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나는게, '방금 따서, 방금 찐, 맛있는 옥수수'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감자밭 옆으로 옥수수를 심는 게 좋을 거 같아, 할매한테 '옥수수 씨 할 거 좀 있으세요?' 했더니, 다음 날 새벽, 저희 집 마루에 옥수수 종자를 두고 가셨습니다. 올해, 옥수수 농사가 어찌될 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하루 걸러 비가 오는 통에, 다들 밭이 질어서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갈고, 씨 뿌리고 해야 하는데, 3월 봄날씨라고 하기에는...
올해부터 부쳐 먹기로 한 밭에 감자부터 심었습니다. 관리기로 밭을 가는 일은 괭이로 하는 것보다야 말도 안 되게 쉬운 일이겠지만, 괭이나 쟁기를 다루어 보지 않은 저로서는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얼마나 깊이 갈아야 하는지, 지나온 자리가 갈리기는 한 건지, 책을 보고 하는 일이라면, 몇 cm간격에 깊이도 몇cm, 속도는 몇 단. 이래 써 있겠지만, 다른 감자밭 갈아놓은 것을 잘 살펴보지 않았으니, 당최 알 수 없습니다. '좀 더 깊이 가는 게 좋고, 맨땅이 없게 차근차근 해야지.' 제가 엉성하게 갈아놓은 밭에서 감자를 심고, 괭이질을 하시는 봄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그저 찬찬히 살펴봅니다. 주말농장 할 때는 감자를 심을 때 '몇 등분, 몇 등분' 하는 식으로 잘라서 심는다고 배웠습니다만..
눈이 귀한 이곳에서도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고, 추웠습니다.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장마처럼 비가 오고, 다시 춥고 하다가, 3월 중순에 눈이 왔습니다. 점심 먹을 때쯤 되니 논에 눈은 녹았습니다. 그래도 뒷산에는 눈이 계속 날리고 있더군요. 밀은 잘 자라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좀 배게 뿌렸는가 싶습니다. 다른 집 밀밭보다 더 빡빡하게 자라고 있어요. 더 쑥쑥 자라야 할 때, 저마다 자기 자리가 적당히 있어야 할 텐데요. 솎아 줄 형편도 아니고,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요. 저희 논 바로 옆, 할아버지 밭에서 자라는 매실에 꽃이 피었습니다. 악양에서 볕이 가장 따뜻한 마을에서는 지난 주 초 쯤부터 매화 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했구요. 작년 봄에는 (역시나) 날씨가 이상하여서, 매화에, 벚꽃에, 산수유에..
달집. 며칠 전부터 마을 여기저기 대밭에서 끝이 가물가물할 만큼 높은 대나무들을 한 묶음씩 베어내더니 무디미 들(평사리)에 달집을 올렸다. 아마도 악양면 사람들 모이기로는 면민체육대회보다 더 모이지 않나 싶은 날. 보름. 다른 명절이야 도시 나간 자식들 돌아온 것 챙기느라 웅성웅성하기는 해도, 집집이 틀어박혀 있게 마련인데, 보름만큼은 마을 명절. 봄이 손을 잡고 달집 태우는 것 보러 간다. 몇년 전부터는 무슨무슨 축제인지 행사인지 하는 이름을 달고 한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할매들은 난장이 공연패에 마음을 빼앗기고, 할배들은 널따란 멍석자리 윷판에 둘러서서 말을 들었다 놨다 고함소리가 오간다. 연휴 사이 일요일이었던 덕분에 관광객들도 적지 않게 왔다. 떡국에 음료수에 녹차 따위 달라는대로 퍼 주는 것..
악양에 내려와 살림을 차린지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만. 저희 집에는 아직 뒷간이 없습니다! 오줌 눌 곳은 있는데, 똥 눌 곳이 없어요. 네, 무척 어렵고 곤란하고 난처한 나날입니다. 그래서 이용하고 있는 뒷간은 마을 동사(마을회관)에 딸린 것, 봄이 외갓집의 뒷간, 마을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 이렇게 세 곳입니다. 지금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구구'절절하고', 낱낱이 밝히기에 곤란하고 난처한 일화가 많은 까닭에, 저희 집에 찾아오는 분께만, 그 중에서도 궁금해 하시는 분께만 오프 더 레코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하튼 그러한 사정으로 하루라도 빨리 뒷간을 지을 작정입니다. 헛간이라고 할 만한 공간도 턱없이 모자라므로 뒷간과 함께 헛간도 같이 짓습니다.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