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몇 주전부터 봄이가 떼쓰고 우는 일이 잦아졌다. 별 일도 아닌데, 바닥에 드러눕고, 엎어져서 엉엉 울고, 나한테는 잘 오지도 않고, 엄마한테만, 업어달라, 안아달라, 계속 보채고. 태어나서 지금껏(벌써 18개월이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제 그럴 때가 되었나 보다, 싶었다가. 며칠 전에 잠자리에 누워서 아진이한테 조용히 물어보았다. 봄아, 엄마 뱃속에 봄이 동생 있어? …… 응. 아, 정말? …… 그럼 아진이는 엄마 뱃속에 동생 있어서 좋아? 응. 아진이 동생이 생겨서 엄마한테 더 안아달라 했구나? ……(고개를 숙이고 뵤루퉁한 표정이다). ……. 그럼 봄이 동생 이름은 뭐라고 할까? 똥동. 동동? 동동으로 할까? 응. 봄이 동생 이름, 동동으로 하면 좋겠어? 아진이는 동동이 좋아? 응. 똥동 그래,..
공사 시작한 지는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작업일수로는 12일째입니다. 오늘, 지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받이도 되었고요. 이제 더 이상 저 2층 지붕 위에 올라갈 일은 없습니다. 공사 다 끝난 기분입니다. 지붕은 단순한 S골 모양의 칼라강판이었던 덕분에 경사가 얼마 되지 않는데도 일어서기만 하면 주르륵 미끄러지더군요. 위 사진이야, 합판 올리는 중이었으니, 미끄러울 것은 없었습니다만, 저처럼 높은 곳 무서워하는 녀석에게는 두통과 어지럼증이 찾아오기에 충분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지붕 위에 강판을 올린 다음, 그 위에 서서 나사못 박고, 실리콘 처리하는 일은, 당최 힘 쓸 구석은 하나 없는 일인데도, 끝내고 내려왔을 때, 오금이 풀리고, 온몸이 떨리는 상황에 도달. 라는 대원칙을 세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아..
산딸기 익었을려나? 아니, 아직, 익고 있을 걸. 살구는? 살구도 좀 더 있어야지. 그럼, 앵두가 처음이네. 그러네. 첫 과일이네. 작년에는 내가 먹은 것만, 대략 한 바게쓰. 정도? 여기저기 몇 나무 얻어서 따고, 누군가 따서 갖다주고, 앵두는 열매를 '딴다'기 보다, '훑는다'라고 해야 할 나무인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래쪽은 따먹었다손 치더라도, 위쪽은 아직 거의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인데, 저리 듬성듬성한다. (옆집 할매네 앵두나무는, 이제 거의 공식적으로다가 봄이 것이 되얐다.) 봄이는, 한밤중에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앵두'를 외친다. 이 녀석아, 이제 앵두는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이다. 게다가 지난 주말, 어김없이 퍼부어 주신 비 덕분에, 남은 앵두도 다 떨어졌다. 어여, 산딸기 한 ..
언젠가 짓겠다고 그림을 끄적거렸던 뒷간-뒤주-헛간이 꼴이 조금씩 잡혀갑니다. 시골 살림, 집에서 넓어야 할 것은 창고이고, 좁아서 좋은 것은 잠자는 방입니다. 목조 주택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런 경험도 없이 저와 장인 어른 둘이서 짓는 덕분에 제대로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거나 아직, 하자도 없고,(사용하기 전이므로 당연히...) 넘어지지도 않고, 바람에 날라가지도 않은 채, 벽이 서고, 지붕이 덮이고 그럽니다. 어제까지 지어진 모습, 완전 초보인 두 사람이 7일이 걸린 것 치고는 (기초 빼고.) 그럭저럭 선방이라고 내심 만족스러워 하는 중. 기초 해 놓고 처음 시작할 때에, 찾아온 강원도 산골 목수. 설계 자문을 비롯하여, 맨처음 어떤 식으로 건물을 지을 것인가까지, 모두 아정의 남편이신..
어제는 뒷집 할매가 옥수수 몇 개를 주고 가셨습니다. 작년에 따서 얼려둔 것입니다. 언제든 자식 새끼 오면 주겠다고 냉동실에 넣어둔 것 가운데 몇 개를 꺼내서 봄이 삶아먹이라고 주셨습니다. 삶은 옥수수 먹는 것은 처음인데, 앉은 자리에서 몇 개를 먹을 만큼 옥수수를 좋아합니다. 올 봄 날씨가 좋지 않아서 새들 먹이가 모자라나 봅니다. 밭에 심은 옥수수며 콩이며, 싹이 올라오는대로 새들이 쪼사 먹고 있습니다. 옥수수를 따 먹으려면 아무래도 따로 모종을 내서 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볕이 좋은 날이라 봄이하고 잠깐 마실도 나갔다가 바람 좋은 마루에 앉아서 햇볕에 바싹 마른 빨래를 개킵니다. 봄이는 옥수수를 먹습니다. (멀리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여 드릴 동영상을 여기에.쿨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