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홈페이지에는 한 달 동안 비가 온 날이 표시되는 달력이 있습니다. 2010년 2월. 2010년 3월. 2010년 4월. 하동은 북쪽으로 지리산부터 남쪽으로는 남해 바다 섬까지 비가 많은 곳에 걸쳐 있는 군이라, 원래 비가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이 달력은 하동군 지역 어디에서든 비가 오면 우산을 씌우기 때문에, 악양에 비가 내린 날보다는 며칠 더 표시가 되었겠지만, 그런 날이야 며칠 안 되고, 또 흐렸을 터이므로. 볕이 쨍쨍한 날을 달력에 표시한다면 대체 며칠이나 될지요. 봄, 석달에 걸쳐 이 정도 날씨라면, 그저 굶기를 각오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무척 정신없이 보낸, (특히 비 때문에.) 며칠 사이 자전거와 또, 자전거 안장이 선물로 들어와 봄이네는 자전거 식구, 좀 더 그럴듯하게는 라이딩 가족이 되었습니다. 기름값이야 날마다 꼭지점을 찍을 테고, 그러다가는 아예 기름 구하기가 쉽지 않을 날이(아마 지방부터 떨어질 겁니다. 흑) 멀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자전거에 익숙해져서, 올해 안에는 읍내 장 보러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가보자는 것이 목표입니다만. 이것은 일본 자전거. 아기 안장이 앞 핸들 사이에 끼워져 있는 모양입니다. 일단 아기를 태우고 자전거를 탔을 때, 아주 안정적이라는 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타고 있는 자세도 편안하구요. 무게 중심을 낮게 설계하거나, 앞 핸들이 쉽게 돌아가지 않게 할 수 있는 잠금장치 따위의 아기 안장을 설치하..
약간의 설계 변경이 있은 후에, 뒷간과 뒤주(를 겸한 헛간)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밭에는 오이와 가지와 고추 모종 따위가 심겨졌지요. 처음 해 보는 '제 손으로 집(은 아니고 창고이지만.)짓기'는 정신을 쏙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구요, 덕분에 늘 손이 부어 있습니다. 헌데, 올해 봄 날씨가 참 유난하지요. 시장에 나가 채소 사기도 어렵고, 채소 농사 짓는 사람은 봄 농사가 아예 결딴이 났으니, 넘치는 빚은 고사하고 이자 돌려막을 길도 감감할 겁니다. 공사 하는 것이야 며칠 미뤄지면 그만입니다만, 이렇게 비가 올 바에야, 조금 더 넘쳐서 4대강 공사장마다 수중보 따위나 쓸려 내려가면 좋겠습니다. 비 긋고, 볕 나면 잠시 다녀가셔서 밥 한 끼라도 같이 하시길.
4월도 훌쩍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마을 바깥의 소식은 어느 것 하나, 마음이 힘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저녁부터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니, 남은 벚꽃도 다 질 것입니다. 뿌리를 캐 와서 옮겨 심은 정구지는 며칠 지나지 않아 듬성듬성 싹을 내밀었습니다. 솔.이라고도 하는데, 토종 부추는 잎이 좁고 동글동글합니다. 모양보다 중요한 건, 이쪽이 훨씬 맛있습니다. 조금 고소하면서, 단맛이 돌거든요. 이건, 시장에서 흔히 보는 잎 넓은 개량 부추이고요. 뒷집 꼬부랑 할매가 파를 캐서 가져가다가 한 움큼 쥐어주셨습니다. 사진 하나 박아 놓고는, 파전 한 장 부치고, 양념장 조금 해 놓고, 또 몇 뿌리 남겨서는 도로 심어 놓았습니다.
2월에 비 온 날 : 열이틀 3월에 비 온 날 : 열닷새 어제 오늘 이틀 날이 맑은 게, 조금 낯설다. 비 온 날이 장마 저리 가라 할 만큼 많기도 했거니와, 올 때마다 쏟아지듯 와서, 지금 보리며 밀을 심어놓은 논들에 물이 찌걱이지 않는 곳이 없다. 동네 어른들은 '밭이 질어가 갈고 할 수가 없어서' 애를 끓인다. 잠깐 비가 오지 않은 몇 날에 산에 올라가 머구나물을 하고, 효소 담글 진달래를 따 오고 했다. 이 동네에서는 머구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머위. 머우라고 하는 동네도 있고. 지난 번에 고들빼기며 냉이 캔 것을 잠깐 보였는데, 이곳에서 들나물 하기는 쉽지 않다. 논둑에, 밭둑에 길가에 쑥이며, 냉이며, 잔뜩 있어도 쉬이 캐기 어렵다. 누구네 땅인지 모르면 절대 손 대서는 안 되는데, 그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