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에는 귀농한 사람이 많다. 젊은 사람도 꽤 있어서, '오지학교'로 분류되는 악양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30명이다. 원래는 악양면에 초등학교가 세 개 있던 것이 하나로 합쳐져서 이만한 규모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다른 시골에 비한다면, 읍이 아닌 면 단위 초등학교로는 아이가 많은 편이다. 귀농한 젊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지학교라는 딱지는 승진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에게는 점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먹잇감 같은 것이어서 지금 악양초등학교에는 도시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교사가 한둘이 아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깜깜하고 차 한 대 없는 시골 산길을 한 시간도 넘게 미친 듯 승용차를 몰아 가야 한다. 이게, 서울에서 출퇴근 한시간.하고는 다른 거라, "젊은 선생이 도시에서..
며칠 전 마산에 있는 조산원에 다녀왔다. 봄이를 낳을 때도 원래 계획은 서울의 일신조산원에서 출산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임신 중에 몇 차례 찾아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듣고 그랬는데, 하동에 내려와 있을 때, 아이를 낳게 되어서 진주의 병원을 이용했던 것. 이 사연도 제법 길어서, 몇 번 되지 않는 산부인과 경험만으로도 반드시 상추쌈 출판사의 출간 계획에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을 넣자는 결론을 내렸다. 여하튼, 하동에 살면서 수도권에 있는 조산원에 갈 수도 없고, (하동에는 산부인과도, 소아과도 없다.) 봄이를 낳았던 진주의 산부인과는 그나마 모자 보호를 하는 병원이라, 어두운 환경에서 남편도 옆에 있을 수 있고, 뭐 그런 병원이었지만, 결론은 간단. '병원은 병원' 3,4년 전 까지 진주에 조산원이 ..
쨈과 효소 첫발송한 게 벌써 지난주 월요일입니다. 그리고 벌써 목요일이라니, 믿을 수가 없군요. 그 사이 벼에 이삭이 패었고, 동네 할매들, 토란대 까서 말리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장마는 끝났다지만, 봄부터 지금까지 늘 비가 자주 오는 날이라 토란대 널어 말리는 것도 툭하면 말렸다가 걷었다가, 지랄 같습니다. 가을에도 비가 자주 내린다 합니다. 이삭 팬 것이 잘 여물까 싶습니다. 지난 주에 쨈과 효소 보내드리면서 곡절이 많았습니다. 1. 밀기울 못 보내드렸습니다. 처음 포스팅 올리기 며칠 전에 확인했을 때만 해도 멀쩡했으나, 주문 다 받고, 발송 하루 앞두고, 조금씩 포장하겠다고 꺼냈을 때는, 이미 두어 가지 벌레가 가마니 여기저기에서 먼저 밀기울 맛을 보고 있었습니다. 통밀가루는 더 빨리 상하거나, ..
7월이 가기 전.이라고 말씀드렸지만, 며칠 늦어졌습니다. 기다리신 분도 있을 거라 지레 짐작 해 봅니다. 죄송합니다. 해를 넘기고 처음 가게 문을 여는 것이라 글이 깁니다. (봄이네 살림에도 이렇게 스크롤 압박이 대단한 글이 올라오다니, 저 스스로도 놀랍습니다. 다음부터 혹여 이만한 길이의 글이 올라온다면, 반드시 따로 보실 수 있게 pdf 따위를 첨부하겠습니다.) 정도의 내공에 올라섰으면 간단 명료하게 글이 끝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뭐 그 정도는 아니라는 자체 심사 결과가 나왔으니, 그 뭔가를 어찌 만들었나 설명이 길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품목이었던 밀가루는 내년으로 미루어지고, 푹푹 찌는 여름, 봄이네 가게에서 선 보일 것들은, 1. 쨈 : 매실쩀, 살구쨈, 배쨈 올 여름 새로 졸인 쨈은 매실쨈과..
어디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다. 라고 소싯적부터 들어왔지만, 어디 갈 때 빈손인가 아닌가 챙기는 것은 늘 아내의 몫이다. 지난 번 글에서 적어놓았던 지리산 밀가루 팀이 찾아왔다. 지리산 이장, 월인정원, 운조루 아저씨, 그리고 오랫동안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동료이면서, 어쩌다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은 사무총장과 사무장, 여기 블로그보다 늘 풍성한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들이니, 아직 가 본 적이 없다면, 들러볼 만 하겠다. 밀가루 빻을 곳을 찾다가 봄이네 옆집 방아실에 오셨다. 밀가루 빻으러 오시면서 들르는 것이었으나, 단지 빈 손으로 가는 거 아니다, 수준을 넘어서 양 손 가득 이것저것 들고 오셨다. (물론 챙기는 것은 월인정원과 사무총장이.) 월인정원과 사무총장의 선물 셋뜨. 사진이 이 모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