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처음으로, 밀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여러 사람들과 이 밀을 나눌 수 있었지요. 하나하나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한 해가 지난 지금까지 어설프게 시골 살림을 꾸려가는 봄이네한테 큰 도움이 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밀가루를 파는 즐겁고도 고된 일은 하지 못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밀 타작하는 것, 짧게나마 알려드렸습니다. 올해, 봄을 겪은 농작물은 모두 어렵게 어렵게 살았습니다. 아마도,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농사가 좋지 않았거나, 혹은 우리가 돈이 없는 가난한 나라이거나, 뭐, 여튼 몇 가지 사정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더 맞아 떨어졌다면 가난한 많은 사람들은 배를 곯는 것이 아주 걱정이 될 만한 그런 봄이었습니다. 밀 소출은 작년의 절반, 혹은 ..
뒷간과 뒤주를 붙여 지은 작은 건물. 2층은 서고로 꾸몄습니다. 아직은 서고가 너무 작아서 뒷간에도 서고만큼의 책이 있어요. 물론 서고를 더 늘린다 해도, 그 때는 또 그만큼 책이 늘어나 있겠지요. 서울을 벗어나서 살기로 결심했을 때, 시골에 내려가서 할 일. 목록 가운데는 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었는데, 다만 몇 가지 원칙과 같은 것은 1. 우리 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작게 한다. 그러니까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따로 관이나 기업의 후원은 받지 않는다.' 즉 '도서관 운영은 완전히 우리 멋대로.' 를 의미했습니다. 뭐 설마 우리가 하는 도서관에 누가 지원을 하겠어.라고 키득거리기도 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미 시작하기도 전에 두어번 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었지요. 2. ..
모내기 해 놓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장마는 끝물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 밤부터 내내 비가 많이 옵니다. 그치고 나면, 장마는 한풀 꺾이고, 더운 날이 올 겁니다. 직장생활 할 적에, 일하다 말고 남의 블로그를 잠깐씩(!) 기웃거린 것은 종종 먹을 것을 찾으려고. 그랬습니다. ^^; 저녁에 일 마치고 가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맛있겠다 싶은 밥집 하나 알아 놓으면, 뭔가 기대에 부풀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 동안 이곳에서 먹었던 것, 몇 가지. 열전입니다. 호래기. 호래기인지 호레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한번 검색해 보세요. 중원에 떠도는 소문이 어느 것이 진실인가 알 수 없습니다. 오징어 새끼다. 아니다 꼴뚜기다. 아니다 호래기는 호래기다. 이 동네의 의견은 호래기는 호..
* 타작하고, 추수한 것, 집에 쌓아놓고, 다음 농사 시작해 놓고, 그렇게 한철 농사일을 묶어서 '이중'일이라고 한다. 2010년 6월 15일 타작 앞두고 있는 밀밭. 콤바인이 들어갈 자리를 베어놓았다. 2010년 6월 16일 콤바인이 타작. 밀이 작고, 풀이 많아서 남들 밀밭보다 시간이 꼭 두 배 걸렸다. 소출은 작년 반타작. 흔히 시험 치고 반타작 운운 했던 기억이 있는데, '반타작'이라는 비유는 이제 입에 올릴 일이 별로 업을 것이다. 겨우내 보리를 갈았던 집은, 타작을 하지 못 하고 갈아엎은 집이 많다고 한다. 반타작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2010년 6월 17일 콤바인 타작을 끝낸 후에 곧바로, 거름을 넣고, 밀짚 뭉친 것을 태웠다. 2010년 6월 20일 6월 18일에는 논둑을 따라 관리기..
그제, 적었던, 논둑하기.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서 마무리되었다. 이게, 모내기 준비하면서, 가장 되다(고되다). 물론, 사진은 없다. 이 일을 하면서 장인 어른께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는 '거, 지금 하면 안 돼.'였다. '치대가지고, 기다맀다가 해야 된다고. 지금하면 안 돼.' '물기 좀 가라앉으면 해야지. 지금하면 안 돼.' 논둑 옆 관리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물을 댄다. 이게 하루쯤 걸린다. 관리기 지나간 자리에 물이 잘 차오르도록 물길을 손 보는 것도 미리 해 놓아야 한다. 논둑이 어지간히 젖고, 물이 얼마간 차오르길 기다렸다가 논둑 바르는 일을 한다. 한 해에 한 번, 하는 일이니, 작년에 어찌 했는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하고, 뭐하고, 뭐한다.라는 식으로 일 순서는 기억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