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쌈 + 완두콩의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곧, 풀의 시간.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자칫 손 놓았다가는 온통 세상을 뒤덮을 듯이 풀이 자라납니다.해마다, 가장 큰 고민입니다.일로만 보면 타작을 해서 곡식을 찧는 것이 더 큰 일이겠지만,그것은 석유가 대신 하니까요. 논 천 평, 밭 오백 평. 이만큼의 농사를 앞에 두고,김을 어떻게 맬 것인가. 하루 빨리 손을 놀리고 몸을 놀릴 생각은 하지 않고,모니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깁니다.그리고, 찾아낸 몇 가지 연장들.농기계라고 하는 것은 값이 꽤 나갑니다.관리기 같은 것이 가장 작은 기계에 든다고 할 수 있는데,새 것으로 마련하자면 이것저것 드는 돈이 삼백 만원 가까이 됩니다.트랙터나 콤바인 같은 것은 몇천만 원부터, 수억 원까지. 하지요.농사를 크게 짓자면,..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올해는 별다른 사진없이. 앵두 소식.봄이네 뒷집, 구례띠기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앵두 달린 거 한나도 안 보이그로 깨끗이 따 묵으라.마음껏 따 먹을 앵두나무가 두 그루나 생겼지요.그러나, 대밭 옆에서 자란 앵두나무는 어지간한 건물 3-4층 높이입니다.앵두 달린 것은 햇볕 잘 받는 꼭대기 근처.그저 하염없이 치어다 보기만 하다가사다리 놓고 손 닿는 자리 몇 가지를 겨우 꺾어다가 먹습니다.물론 그래도 한 소쿠리 가득.몇 날 앵두 따먹는 나날입니다. 장끼는 까투리들을 이끌고 종종 논밭에 옵니다. 새끼를 벌써 낳았을 지도 모릅니다. 닭장에는 새로 병아리들이 입주하셨구요.아직은 제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치듯 닭장 구석으로 도망갑니다만,얼마 지나지 않으면, 제가 닭장 문을 열기도 전에어서 먹..
봄이의 절대 미각.봄이가 아직 돌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닭을 기르지는 않았습니다.마트에서 친환경 달걀. 뭐 그런 것을 사다 먹었는데,그 무렵에는 봄이가 달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달걀로는 뭘 해서 밥상에 올려도, 쫌 시큰둥.먹으라고나 해야 한 번 먹고. 뭐 그런 식이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윗동네 사는 이웃집에서 달걀 몇 개를 주었습니다.솔이네 달걀.닭은 풀어 놓고 기른 것이었습니다.온 마당과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닭은 주인도 모르는 곳에 달걀을 숨겨 놓았고,솔이네는 그것을 하나씩 찾아다가 모아 두었는데, 그 중에 몇 개를 준 것이지요.이 달걀 덕분에, 봄이가 얼마나 달걀을 좋아하는 아이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남김없이. 그거, 엄마 아빠도 맛 좀 보면 안 될까? 달걀의 진수를 맛보려면 역시 ..
읍내에 나가는 것도 오랫만.봄이네 집에서 하동읍내 가는 길은 섬진강 따라 가는 바로 그, 벚꽃길입니다.지난 번 읍내 다녀올 때까지만 해도 한겨울 풍경이었습니다만,이미 온 사방에 매화며, 산수유며, 앵두, 개불알꽃, 지천입니다.벚꽃도 투툭 한두 송이 피기 시작합니다.심지어 배꽃마저.겨울이 길었고, 갑자기 따뜻해졌습니다.올해도 아마 앞뒤 못 가리고 꽃들이 피어날 기세입니다.저 많은 꽃들, 벌들은 바빠서 어쩌나 싶습니다.한 자리에 한두 꽃이 너무 많으니, 보기에 무척 힘이 듭니다. 오늘 간단한 이야기는 쌀.입니다.쌀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간단히 쓰기는 어렵습니다만,여튼, 두 번째 책을 인쇄하기 전에 적어두고 싶은 것.상추쌈에서 펴내는 두 번째 책은이고,책의 번역자는 최성현 선생입니다.시골살림과 책, 이 두 가지..
봄이에요.무언가 소식거리들.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자꾸 미루어지고.그 사이에 늑장부리던 봄이, 이제서야 별 기척도 없이 찾아왔어요. 날마다 새벽부터 아침 나절까지 딱새가 짝 찾느라 우는 소리가 나고요.이 녀석, 거의 늘 봄이네 바로 뒷집 감나무에 앉아 있을 때가 많아요.작년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딱새 소리도 제법 곡조가 좋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봄이하고, 동동이하고, 밭에 나가서몇 시간이고 바람 맞고 놀기에도 이제 춥지 않고요.(이 사진, 두었다가, 다음 번 포스팅에 재등장 시키겠어요. 그 때는 다른 스토리로다가.) 이것, 어제 찍은 사진이니 오늘은 산수유가 제법 피었을 겁니다.이 집 산수유가 볕 좋고, 따뜻하고 커다란 바위 옆에 자라고 있어서인지다른 나무보다 일찍 꽃이 펴요.개불알꽃도 ..
봄이하고, 동동이, 작년 자란 모습을 조금씩 정리해놓으려구요. 오랫동안 궁금해 하셨을 테니,얼마 전 잠들기 전에 둘이 구르던 모습 올려놓습니다.이제, 조금씩 이런 시간이 늘어가요. 저녁을 먹고 나면 여섯 시, 일곱 시 이렇습니다.한 녀석씩 불러다가 얼굴과 손과 발을 씻깁니다.살림채 화장실의 세면대는 조금 높습니다.봄이는 가끔 혼자 씻고, 자주는 씻겨 달라 합니다.아니, 그것을 묻기 전에 그냥 제가 데리고 씻길 때가 많습니다.혼자 씻도록 두면 소매 끝을 자주 적시니까,깔끔하게 잘 씻나 안 씻나를 신경쓰는 것은 아니고요,옷을 적실까 싶어서, 혼자서 또 한참 노니작거릴까 싶어서,데리고 씻깁니다.누나가 씻고 있을 때, 동동이는 치카를 달라고 하거나,뒤에 서서는 손만 스윽 내밀어서 세면대 물을 만지거나 합니다.네..
길 위에 놓인 유자차두 해, 유자차를 하지 못 했습니다.지난 해에는 해걸이 때문에 유자 값이 너무 비쌌지요.올해는 봄이네가 바쁜 까닭도 있었습니다만,봄이네가 유자 따던 그 곳.남해 초입이던 유자밭으로 길이 났습니다.유자나무들은 조금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유자밭 주인의 집은 헐리었고,전화번호도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새로운 유자나무를 찾아다닐 여력까지는 없었어요.지난 가을 늦은 무렵, 형편이 그랬습니다.유난히 춥습니다. 올해 겨울 유자차는 없고, 날은 더 춥습니다.저는 꽤 오랫동안 목이 아픈 채로 지내고 있습니다.갓 딴 유자로 담근 봄이네 유자차가 있었다면이깟 목 아픈 것은 벌써 털어내었을 텐데,조심스레 유자차 소식을 물으시는 분들께그 샛노란 것, 새콤한 것, 유리병에 담아서보내드렸을 텐데 ..
작년 늦은 가을, 논에서 나락을 걷어 갓 햅쌀밥을 했던 저녁입니다.무엇 하나,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밥상입니다.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간간이 안부를 묻는 분들께 답하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지난 겨울 어느 때에 전화기가 고장 났습니다. 그참에 한동안 전화기 없이 지냈거든요. 그것이 제법 짧지 않아서 그 때에는 전화를 걸어 오신다든가, 문자를 보내 오신 것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지냈습니다. 봄이네는 어제 저녁에도 저와 같은 밥상에서 넷이 둘러앉아 밥을 먹었습니다. 저와 아내와 봄이와 동동이. 밀렸던 것, 제 때에 답하지 못했던 것을 모아서 인사를 드립니다. (밥상을 찍어 두는 것은 애저녁에 두 아이를 단단히 단도리하고, 평소보다 훨씬 격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어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