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가벼운 저녁입니다. 머리도 맑고요. 며칠 날이 좋았습니다. 연둣빛 잎들이 반짝이는 저녁입니다. 봄날, 그런 저녁이 며칠 찾아옵니다. 저녁을 먹고도 몸이 가볍고, 늘 머릿속에 꽉 차 있던 고민들도 '뭐, 그런다고 달라지겠어?'하는 편안하고, 합리적인 마음이 드는. 소매가 조금 짧고, 바람이 잘 감기는 옷이 더없이 어울립니다. 집 앞 골목길을 지나서 천변 공원을 한번 걷고 오곤 했던 기억이 나는 저녁이에요. 여기까지 적고, 역시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잠깐 바람을 쐬고 왔습니다. 달걀 얘기를 적어두려고요. 며칠 전에 달걀을 샀습니다. 한동안은 봄이네도 닭을 키웠지요. 작년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두 번, 혹은 세 번 닭장에 스무 마리씩 중병아리를 사다 넣었습니다만, 그 때마다 정체 모를 짐승이 닭들을 다 ..
학교에는 오래된 벚나무가 있습니다. 큰 아이가 98회, 둘째는 101회. 졸업생이 될 학교입니다.이제 올해에는 막내, 세째 아이가 병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세 아이가 날마다 학교에 가는 생활이 시작되면서,다섯 식구가 하루를 보내는 시간표도 꽤 달라졌습니다. 막내가 유치원 끝날 때쯤 학교에 갑니다.학교 뒤안으로 더 키카 큰 벚나무가 있습니다.지금, 벚꽃이 만발한 길을 아이와 걸어서 돌아옵니다. 학교를 조금 벗어나면, 아마도 어딘가로 곧 팔려나갈 나무들이겠지요.벚나무 묘목장이 있습니다.어린 나무들이 조금 늦게 꽃을 피웠습니다.그 앞을 지나 집으로 돌아옵니다.
논에서는 밀 타작을 하고, 모내기를 하고, 모는 제법 자라서 이제 중병아리 만큼은 자랐어요.초벌 김매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여하튼, 봄이네 살림. 밀가루는 올해도 나눌 만큼이 되지 못했어요.이제. 8년째 밀 타작이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습니다.좋은 밀을 거두려고 애를 쓴다고는 해도, 무언가 이곳을 통해서 나눌 만큼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만. 지난 겨울, 아래 도가리에는 히어리베치라는 녹비작물을 심었습니다. 거름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도를 찾아야겠다. 이대로라면,해마다 소출이 더 줄어들 테니까요.윗도가리는 벼든 밀이든, 그래도 여느 논만큼 소출이 나는 형편이었으니까요.아랫도가리에는 녹비작물을 해서, 한해 휴경을 한다 해도,윗쪽만이라도 제대로 나면, 조금이나마 블로그를 통해서밀을 나눌 수는 있지 않..
병아리를 새로. 사 넣었다. 새로.그러니까 올 봄에 두 번째. 올해 처음으로 사 넣은 병아리들은,며칠 전 모두 사라지거나 죽었다. _________여기까지가 지난 번 글.다시 덧붙이면._________ 병아리를 새로. 사 넣었다. 새로.그러니까 올 봄에 세 번째. 올해 두 번이나 사 넣은 병아리들은,며칠 전 모두 사라지거나 죽었다. 두 번째 병아리들의 죽음과 실종은숱한 미스터리를 남긴 채 영영 풀리지 않을 일이 되어 버렸다.세 번째 병아리 무리들이 이미 닭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부디 미스터리 따위는 없이 적당히 잘 자라고달걀을 낳고, 꽥꽥거리면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며칠 밭매기 시즌.양파와 마늘은 잘 크고 있다. 그리고, 세 아이. 특히 세째 아이 막내도 잘 크고 있다. 밭일하는 뽄새 하나는 형과..
병아리를 새로. 사 넣었다. 새로.그러니까 올 봄에 두 번째. 올해 처음으로 사 넣은 병아리들은,며칠 전 모두 사라지거나 죽었다.철망이 뜯겨져 있었고, 밭에는 큰 개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가까이에 늑대나 승냥이 따위는 없을 테니,분명한 개 발자국.그래서 문을 새로 해 달고, 철망을 다시 두르고,그 다음에 다시 병아리를 사러 갔다. 아이들은 병아리를 사러 가면,그집에 있는 강아지 우리 앞에서떠날 줄을 모른다.병아리 말고도, 칠면조, 토끼, 강아지, 거위, 오리 들이 있다."내가 이거 모란시장에서 다 달라고 하는 거를 돌라 놓고 이리가져와서 파는 거라고." 병아리. 혹은 중병아리, 혹은 중닭.늘 상자에 담아 주신다. 무슨 차를 가져 왔는지 묻고,병아리들이 적당히 버틸 만하게 담는다.옆에는 칼로 바람 ..
아이들과 나갔다가 잔가지를 주워 왔다."할머니는 늘 이런 거 주워다가 때셨어." 작은 장보기용 수레를 끌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은밭에 갔다 오거나, 어디든 다니는 길에떨어진 잔가지가 있으면 하나씩 둘씩 주워 나른다. 늘, 장작 혹은 그 비슷한 나무들만 때었는데,잔가지를 때고 있으니, 좀 더 좋다.금방 타들어가기는 하지만, 아궁이에다가 밥 하기에는이게 더 좋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봄이가 꽤 컸으니, 이제는 집을 조금 손보아야 하는데,잠 자는 방 하나는, 기름 보일러이고, 하나는 구들이던 것을난방은 하나로 이어서 구들을 놓을 작정이다.불 때는 건 아이들한테 하라 해야지.
날이 풀렸다.보름이 지난 지도 꽤 되었고.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첫 주말. 밭에 나서 있으면여기저기 경운기 소리, 관리기 소리가 난다.옆 밭 주인도 관리기를 들고 나와서 땅을 갈았다.이제 여기에 뭔가를 심어야 할 테니겨우내 캐고 남은 시금치와 냉이를 마저 캔다.냉이는 이제 꽃대가 하나씩 올라오는 것이 있다. 봄나물이 가득해서 밭이 푸르다.학교 안 가는 날, 밭에 나온 아이들. 닭장 옆으로는 더덕을 심고,감자 심을 땅에는 왕겨를 뿌렸다.왕겨를 뿌리고 땅을 갈아놓으면감자가 자라는 것이나, 나중에 캐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돌아와 냉이를 다듬는다.커다란 다라니에 캐 온 시금치와 냉이를 쏟아 놓고하나씩 다듬는다.조금 구부정하게 앉았다.저녁에는 찬바람이 불어서 방바닥은 절절 끓게 했다.엉덩이가 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