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거뒀습니다. 그래도 주말농장 따위까지 계산에 넣자면 7-8년쯤 밭에다 무언가를 심어왔던 셈인데, 땅콩은 처음입니다. 아직, 이르지 않을까 싶기는 했지만, 가을 농사를 제때 시작하지 못한데다가, 지금 밭 모양새도 엉망이라, 일단 심은 것들 다 거두었습니다. 처음 하는 작물이라, 자리도 잘못 잡아놔서 더 기다리기가 어려웠거든요. 살짝 풋것 냄새가 나는 것도 같습니다만, 삶은 땅콩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습니다. 볶은 땅콩과 삶은 땅콩은 바싹 구운 삼겹살과 잘 익은 보쌈의 차이. 어릴 적 땅콩은 오로지 볶은 것만 있는 줄 알았다가 어른이 다 되어서야 삶은 땅콩을 처음 먹고는, 맨 처음 보쌈을 먹었을 때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지요. 이제는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기름을 볶아 고소..
옥수수라는 제목으로 세번째.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2학년이거나 3학년이거나. 그 무렵으로 기억하는데, 외가집에서 여름 방학을 보낼 때였다. 옥수수 삶은 것을 먹고는 (맛있게 먹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익숙한 음식은 아니었다는 것.) 급체를 해서 생꿀을 한 주발 먹고, 열이 올라 외할머니 등에 업혀 보건소에 갔다 온 적이 있다. 그 일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옥수수는 찐 것이든, 구운 것이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 봄에 글을 올릴 때는 호기롭게도 종자를 나누겠다는 이야기를 했으나, 소작했던 것이 얼그러져서 제대로 옥수수 맛도 보기 어려웠다. 올해는 아무 소리 없이. 처음으로 마련한 밭뙈기에 옥수수를 심었다. 옥수수 딸 때가 되었으나, 태풍에 물난리에 옥수수는 넘어지기도 하고, 더러 ..
* 밀가루 팔고 있던 것 가운데 토종밀 밀가루와 밀기울, 밀쌀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금강밀 밀가루만 남아 있어요. 고맙습니다. 아이가, 고마 내가 하까? 팔십 먹어가 내 하까? 읎어, 여 놉 얻을 사람 읎어. 밀 농사를 짓지 않고, 일찌감치 모내기를 한 논은 이미 이삭이 패고, 꽃이 달렸다. 그런데, 이제서야 논을 매겠다고 시작했으니,늦어도 한참 늦었다. 놉을 얻을 수만 있으면(돈 주고 일꾼을 구할 수만 있으면) 사람을 여럿 얻어서라도 일을 얼른 끝내고 싶었지만, 이 더위에 이제 논 매는 일에 나서는 사람은 없다. 젊은 사람이 얼마 없는 까닭이다. 좀 젊다 싶으면 다들 제 할 일에 코가 석자다. 게다가 올 여름 지독하게도 비가 긋지 않았던 날씨 탓에 뭐하나 제대로 말려둔 게 없으니 일손은 더 ..
어디든 비 많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대략 서너 시간동안, 300mm가 훌쩍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깊이가 1m가까이 되는 고무 다라이는 분명 비워져 있었으나, 하루밤새 물이 넘치도록 받아져 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상습 침수가구였던 집이어서 동네 할매 할배들이 날 밝자 오셔서 괜찮냐 물으십니다. 다행히도 지난 공사 덕분에 동네 어르신들 짐작보다는 물난리가 덜 났습니다. 욕실 하수구에서 솟아난 물은 방으로 들지 않았고 살림채 안으로도 괜찮습니다. 뭐, 여튼 별일 아닌 집.인 셈입니다. 바로 집앞, 개울도 넘치고, 둑이 무너지고, 읍내 나가는 다리도 막혀 있구요. 마을에서 가장 큰 물난리는 방아간에 들어서, 쌀이며 나락이며 기계가 들어서 있는 방아간과 또 그 창고에는 지금도 물이 흥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