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비가 오고, 날도 제법 쌀쌀했지요. 올해는 겨울 지나 여름 되기 전에봄이 조금은 있는 건가 싶었어요, 파꽃도 피려다가 다물고. 그래도 봄 날씨 같은가 했는데, 하룻밤새 날이 여름입니다. 마침 어제가 장날이라 달구 새끼를 사기로 했습니다.작년에 닭장에 넣었던 병아리들은 이제 다 자라서 네 마리만 살고 있거든요.잡아먹은 것은 아니고, 족제비이거나 삵이거나 아마그런 녀석들이 배를 불렸겠지요. 닭장을 다시 손본 뒤로는산짐승이 드나들지는 못 하는 것 같아요.닭장에 있는 닭들도 덥기는 꽤 더운가 봅니다.요즘은 언제나 모이나 풀을 뜯는 것보다 물 마시느라 정신이 없어요. 차 갖구 왔제? 이 큰 통에 담아 가야지. 날이 더버서 잘못하믄 죽어삐. 안 죽구로 하는 기 내 임무라. 병아리 열 마리를 샀습니다. 큰 종이..
갑자기 며칠 날이 더웠던 덕분에이삭이 패는가 싶었는데, 금새 밀알이 여물어 갑니다.올해 악양의 밀농사는 형편이 썩 좋지 않습니다.다른 밀밭 사진을 찍어볼까 하다가 맘 편히 카메라를 들이댈 사정이 아니어서그만 두었어요.봄이네 논은 '얼금이 논'에 가깝습니다.작년에 다른 논들은 밀씨를 뿌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폭우가 쏟아져서 대개 하루이틀씩 꼬박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그 때 씨가 다 녹아버려서 싹도 안 난 밀밭이 대부분이지요.봄이네 논은 논 농사 짓기에는 좋지 않은 얼금이 논이지만,그 덕에 폭우가 쏟아져도 금세 물이 빠진 덕분에 밀이 제대로 났습니다.어쨌든, 밀을 다 빻아서 자루에 담아야 알겠지만,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녀석이 금강밀입니다.올해는 금강밀을 적게 심었습니다. 금강밀은 아무래도..
밥집 메뉴에는 국 한 그릇.이 있다.2008년 하동에 내려왔을 때만 해도 버스터미널이 공사중이었다. 새로 지어진 이상하고, 불편하고, 사람 내쫓는, 터미널이 들어서기 전,다들 '차부'라고 불렀던, 그곳에는 할매들이 졸졸이 늘어앉아서 재첩국을 팔았다.마치 장날 길바닥에 나물 늘어놓듯, 다라니 몇 개 놓고국통 놓고, 널빤지 몇 개 걸고는, 대접에 국을 담아줬다.그러면 다 큰(!) 아저씨들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국 한 대접씩을 받아 훌훌 마시고 천원짜리 두 장을 내밀고는 일어섰다.그렇게 해장국으로 한 그릇 마시고,참으로도 한 그릇 마신다.터미널을 새로 지었고, 차부 한켠에서 재첩국 팔던 할매도, 새로 없어졌다.[국 한 그릇]이라는 메뉴를 보고 갸웃거리는 사람들은아주 젊은 사람이거나, 이곳 말씨가 아니거나 ..
밥집 열 준비를 하고,감자를 심고, 책 펴낼 일을 하고,밥집을 열어서 장사를 하고.그러는 동안 봄이와 동동이는 저 알아서 잘 크고 있습니다.지난 주말, 아주 오랫만에 날도 조금 풀렸겠다, 마침 옆 마을에 다녀올 일도 생기고 해서, 봄이와 동동이와 걷고 걷고 놀고 그랬습니다. 동동이는 이제 제법 걸음마를 합니다.자꾸 넘어지고, 주저앉고 그럽니다만.날만 밝으면 신발 신고 밖에 나가겠다.고 합니다. 봄이는 늘 생기발랄, 동동이가 걷는 사이골목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몇 번이나 뛰어갔다 뛰어왔다. 그러고도 오후에는 일요일, 텅 빈 중학교에서좀 더 뛰어놀기. ( + 한동안 못한 사진찍기) 봄이 머리 위로는 매화입니다.적고 보니, 지난 주말이 아니라 벌써 지지난 주말이네요. 4월 첫날의 사진들입니다.(며칠 앓고 ..
봄이네가 악양에 내려온 게 2008년입니다. 봄이를 악양에서 낳았고, 이제 봄이는 다섯살이지요. 봄이네 살림이 어디로 가는지, 그동안의 좌충우돌만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지난 월요일 그러니까 3월 19일에 봄이네는 하동 읍내에 작은 밥집을 열었습니다. 하동경찰서 건너편, 오래되고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건물 끄트머리 자리입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가게였어요. 밥집에서 내는 것은 가마솥 곰국, 추어탕, 육회비빔밥. 이렇게 세 가지이고, 문을 여는 시간은 아침은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점심은 11시 30분부터 2시까지입니다. 아침부터 밥집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내의 몫이고, 저는 점심에만 나가서 아내를 돕습니다만, 5년차 봄이네살림.의 ( ) 시작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벌써부터, 시작하기 전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