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네 금강밀, 올해 타작한 것은 모두 예약이 끝났습니다.밀가루로 빻으면 조금 더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어쨌든,해마다 봄이네 밀을 찾아주신 고마운 분들과또 올해 새로이 봄이네 밀가루 맛을 궁금해 하시며아직 빻지도 않은 밀가루를 예약해 주신 분들 덕분에.금강밀 밀가루와 토종밀 밀가루, 밀기울은 올해 거둔 것이 이제 남지 않았습니다. 토종밀 국수는 아직 남아 있구요.이것도 마감이 되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봄이네 밀가루를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여쭤보시는 분이 많은데요.은박 포장을 뜯지 않으신 채로,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두시면 한해 동안 두고 드실 수 있습니다.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넣어 두시면 더 안심이고요.하지만, 일단 포장을 뜯고 나면 금방 상할 수 있습니다.유기농으로 재배한 데다가,밀가루로..
밀 타작을 하고 나면, 곧바로 모내기 준비를 합니다.논을 갈고, 거름을 넣고, 두둑을 하고, 논바닥을 고르고,모를 냅니다.그러고 나면 곧 장마이지요. 장마가 끝나고 밀을 널어 말렸습니다.건조기에 들어가면 간단하겠지만,역시 볕에 널어 말리는 일은농사의 마무리로 할 일을 다한다는 그런 마지막 의례 같은 것입니다.밀에게도, 땅과 햇볕과 바람에게도,(아스팔트에 널어 말리기는 하지만...)그리고 봄이네 식구들에게도요.올해부터 봄이네가 새로 찾아낸 곡식 말리는 터는쫌 높직한 곳에 있습니다.바람 좋고, 차도 안 다니고, 가까이에 농지도 없고,곡식 말리기에 맞춤한 곳입니다.내려다 보이는 풍경도 그럴 듯 해서,건너 백운산과 지리산 사이로 흐르는 섬진강이한눈에 보입니다.하루이틀 널어말리는 동안에 좋은 구경합니다.아마 밀알..
금방이라도 폭우가 퍼부을 것만 같은바람, 구름, 입니다. 뒷산 봉우리에 검은 구름이 걸려 있는 것도이틀째입니다만,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듯 비는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어디서든, 틈틈이 비를 바라는 기도를 하시길. 밀 타작을 하고,열흘이 지난 그제 아침.일찍부터 모를 심궜습니다.이레쯤 물을 받아두었던 논에는 기계모를 내기에 좋을 만큼물이 빠져 있습니다. 흙물이 들어 얼룩진 일옷을 차려입고,무릎 위로 바짓단을 차곡차곡 접어 올립니다.그러고는 물을 댄 논에맨발로 들어서면, 매끄럽고 보들보들한 논흙이 발가락 사이로삐죽삐죽 솟아납니다. 그제야 뭔가 안심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올해는 어디서든 메마른 땅, 소식입니다.모내기를 끝내 놓고도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것이어느 때보다 더하기는 합니다만, 찰칵찰칵 승용이앙기 모 ..
지난 해, 완두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보름 쯤 전부터 완두콩을 따기 시작했지요. 살짝 덜 익은 풋콩은 무척이나 달달하고 팍신하고 그랬습니다. 이건 콩이 아니라 팥.에 가까운 걸.완두는 늘, 그러니까 아주 어릴 때 다른 거의 모든 콩을 썩 좋아하지 않을 때부터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꼬투리 안에 콩알이 하나씩 붙어 있어요. 더 더 익어서꼬투리가 바싹 말라 배배 꼬일 지경이 되면 완두도콩다닥 콩콩 하면서 튀어다니겠지만,먹기에 딱 좋겠그름 익었을 때는, 아직 꼬투리 안, 꼭지에 찰싹달라붙어 있습니다. 꼬투리를 까도 콩알이 투두둑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완두는 옛날부터 밥밑콩으로 먹었습니다.이름에 콩이 붙었다고 다 같은 콩 취급을 해서는 안 되는데요.크게 보자면 밥밑콩으로 먹는 콩과 그렇지 않는 콩으로 ..
작년 여름 어느 밤.그러니까 아직 세 돌이 되려면 너댓달이 남았을 무렵이었다.봄이를 재우면서 말했다. - 봄아, 이제 자자. 일찍 자야 키가 크지. - 그런데, 봄이는 키 커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 응. - 왜? 키가 커서 앵두가 많이 딸 수가 있잖아. - 또? 옥수수하고 열매도 따고. 어른이 되는 것, 얼른 키가 커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점점 커가는 봄이는 지난 겨울에 이런 얘기도 했다.저녁 무렵이었는데, 네 식구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하루를 잘 보내고, 꽤 다정한 모드의(!) 엄마 아빠와 오면서갑자기 뜬금 없이 한다는 말이. 키가 많이 커서 엄마하고 아빠하고 막 소리지르고 싸울거야. 안 지고...! 이 무렵에 자주 혼나고 그랬다. 어쨌거나, 얼른 키가 크고 말리라는또렷한 목소리로..